(서울=연합인포맥스) "사실상 가장 막내가 은행권의 큰 형님이 됐다. 하지만 더 잘 됐으면 한다. 그래야 다른 은행들도 보면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주가를 놓고 보더라도 카카오뱅크 주가가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다른 은행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다른 은행들의 주가에도 상승 여력이 생기지 않겠느냐"

지난 8월 6일 상장해 금융 대장주로 등극한 카카오뱅크에 대해 한 금융지주의 회장이 내린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5만3천7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한때 9만4천400원까지 치솟았다. 전일 종가 8만2천100원으로 계산해도 시가총액만 39조원을 넘는다. IPO를 통해 단숨에 시가총액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국내에서 리딩금융을 다투는 금융지주사 KB금융(시총 22조3천억원)과 신한지주(시총 20조1천억원)를 합친 금액과 맞먹는다. 신생 인터넷전문은행 주가가 양대 금융지주 주가를 합친 것과 맞먹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에 대해 여의도 증권가는 가장 완벽한 플랫폼사업자가 시작한 풀뱅킹 서비스, 독특한 네트워크 형태, 기존 은행과 차별되는 B2C 금융플랫폼의 중요성, 기존 금융주와 비교될 수 없는 밸류에이션, 성장판이 열려 있는 특별한 은행, 높은 성장성과 혁신성을 고려한 프리미엄 등과 같이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먹히는 핫이슈인 공모주 청약,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플랫폼, 디지털 등이 모두 응징돼 있다. 현시점에서 주식시장에서 '팔방미인'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을 미인대회에 견준다면 지금은 카카오뱅크가 최고의 미인으로 높은 프리미엄의 몸값을 받는 셈이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 고평가 논란이 쉽사리 그칠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카카오뱅크나 다른 은행의 대응전략에 따라 그 몸값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에 1천159억원의 순익을 냈다. 반면, KB금융과 신한지주가 상반기 거둔 순익은 각각 2조4천743억원과 2조4천438억원이다. 카카오뱅크는 순익이 두 금융지주의 1/20인데도, 주가는 2배나 높다. 주가순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가치평가 잣대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카카오뱅크 앞에 놓인 숙제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에 변화를 촉발한 메기로 성장했으나, 여전히 이자이익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 확대는 풀어야 하는 과제다. 앞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관리 능력도 검증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기존 은행들도 그동안 막대한 순익을 토대로 IC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을 계기로 디지털화나 비대면 금융거래도 점차 일상화시키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플랫폼화 등 디지털혁신을 통한 신구 은행의 경쟁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도 그동안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생태계를 출범시키는 데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기존 은행권과의 규제차익 등에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은행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주장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인사청문 서면답변서에서 카카오뱅크가 메기를 넘어 상어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비대면방식으로 소매영업만 하고 있으며, 은행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행권 대출금·예수금 중 약 1%)도 아직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런 평가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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