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외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이틀째 1.8%대의 큰 낙폭을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이틀 만에 무려 6% 이상 폭락했다. 시장금리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이틀간 14bp나 치솟았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 초 1,176.80원에서 전일 1,192.30원까지 일주일여 만에 15원 이상 올랐다.

그동안 사기만 하면 오를 것처럼 보였던 주가가 하염없이 곤두박질하고 자산가격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투자심리도 극도로 훼손되는 모양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이뤄진 완화적 통화정책의 부작용이 가시화되면서, 각국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도 전일 뉴질랜드중앙은행(RBNZ)도 7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RBNZ는 기준금리를 연 0.50%로 0.25%포인트(25bp) 인상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지난달 선진국 중에서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노르웨이에 이어 선진국에서도 통화정책 변화기조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중앙은행으로 통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도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기조에서 벗어나 긴축기조로 전환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연준이 11월부터는 자산매입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라는 기존 투자환경과 180도 달라진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이를 계기로 투자자들도 빚내서 주식을 비롯한 각종 자산을 매수하는 이른바 레버리지 전략이 유효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점점 유동성을 줄이고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이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부풀어 오른 자산 가격에도 조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에 변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가 극도의 위기 국면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집값 폭등과 같은 금융 불균형이 한층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장기간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중앙은행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여건도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5% 상승했다. 6개월째 2%대 고공행진이다. 3분기 물가는 2.6% 상승하며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제유가 등 국제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각종 서비스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모양새다. 하반기에 안정될 것이란 물가 경로가 당초 예상에서 벗어나면서 정책 대응의 필요성도 커졌다. 다른 중앙은행에 비해 조기에 금리 인상을 시작했으나, 한국은행도 물가안정이라는 책무를 제대로 하려면 다시 금리 인상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 등을 이유로 은행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경기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역설적으로 자산가격을 떠받쳤다면, 이제는 유동성에 의존한 '묻지마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정책변화와 맞물려 '중앙은행에 맞서지 마라. 돈 앞에 장사 없다'는 격언을 다시금 되새길 때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1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