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는 26일 당정 협의를 통해 오는 11월 12일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등에 대한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또 대출받는 사람의 대출 상환능력을 고려해 가계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총원리금 상환 비율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한다는 가계부채 보완대책도 내놨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정책당국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소비자물가가 6개월째 2%를 웃돌고 가계대출이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내놓은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 근로자가 간과한 충격적인 통계도 하나 발표됐다. 통계청이 전일 내놓은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의 비정규직 수치가 바로 그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 8월 기준으로 806만6천명을 기록하면서 일 년 사이에 64만명이나 급증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38.4%에 달하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비정규직의 국가 간 비교를 위해 고용의 한시성을 지닌 'Temporary workers' 기준으로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28.3%를 기록했다. 지난해(26.1%)보다 2.2%포인트 늘었다. 유럽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스페인의 24.1%보다 높다. 더욱이 지난해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 1위였던 콜롬비아의 27.3%를 웃도는 수치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통계만 따지면 사실상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이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를 차지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면서 취임 초기 일자리를 제1의 국정과제로 꼽았다. 지난 2017년 5월 취임 이후 첫 번째 업무지시로 일자리 상황점검, 일자리수석직 신설, 일자리위원회 구성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일 통계만 놓고 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책은 사실상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일자리 정책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일자리 정책은 전일 정부가 발표한 물가나 가계부채 대책처럼 짧은 시간에 한두 가지 정책만으로는 절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인 과제다.

정부가 내놓은 평가처럼 비정규직 증가 규모만으로 고용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9월 취업자가 작년 같은 달보다 67만1천명 늘면서 7년 반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인 것은 고용통계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양적인 측면의 일자리 대책이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확대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고용의 질도 악화됐다. 더욱이 현 상황을 그대로 두면 노동의 유연화 정책이나 기업의 이익극대화라는 미명하에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현상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자발적인 비정규직 근로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급여나 각종 사회보험, 퇴직급여와 상여금 등 각종 복지혜택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800만명, 비정규직 OECD 1위 국가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최소한 한국 사회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만으로 근로자들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혜택까지 빼앗고 차별하는 '도둑질'만은 하지 말아야 할 때가 됐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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