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누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어떤 수준으로 나올지 관심이나 있나요. 모두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으로, 월간으로 얼마로 나올지에만 집중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만난 경제부처 한 간부가 내놓은 발언이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했던 4.2%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이 간부는 "조금 못 미칠 수는 있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률보다 물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체감물가가 들썩이는 데다 물가 상승률도 근래 보지 못한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물가에 대한 관심만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다 건너 미국의 사정은 더 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오미크론 변이에 떨고 있는 와중에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파월 의장은 30일(현지시간) 상원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에서 물러날 좋은 시기"라며 "11월 회의에서 발표한 테이퍼링을 아마도 몇 달 더 빨리 마무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던 스탠스를 완전히 접은 셈이다.

사실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보다 물가를 잡는 게 더 어렵다.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면 일정부분 성장률 수치는 상승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물가는 대외 변수들이 워낙 강하게 작용하는 데다 심리적인 요인도 크다. 이렇다 보니 유동성을 죄더라도 당장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당국의 꾸준한 관리가 선행돼야만 미미하게나마 일부 성과를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성장 우선 경제정책의 역풍과 글로벌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대책반을 만들고 대통령의 지시로 52개 주요 생필품으로 구성된 이른바 'MB물가지수'까지 구성했다. 이후 MB물가지수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애를 썼지만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한 MB물가가 여타 물가보다 더 높은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물가 관리의 어려움으로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물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측에서도 물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직접 성명까지 내놓으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진정됐다는 인식이 굳어질 때까지는, 통화당국 위주로 경제정책 기조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문제는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가속이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이 국내 물가 여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연준의 테이퍼링이 글로벌 달러 강세를 자극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여지도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오르면 물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도 국내 물가에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수요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로 각국에서 봉쇄조치가 강화될 경우 공급망 병목현상이 연장되면서 인플레이션이 확산할 수 있다. 바야흐로 세계가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물가와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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