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21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연말이 되면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고 예산작업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느라 분주해진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를 비롯해 각종 경제 관련 성적표도 결정된다. 연말·연초 환율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환율은 수출입기업의 실적이나 한 국가의 경제 성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한해 장사를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1인당 GNI가 3만달러 수준에서 정체된 것도 환율과 무관하지 않다. 원화를 기준으로 국민소득이 늘어도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원화 가치 하락) 그 수치는 낮아진다. 최근에는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이 늘면서 개인들의 환율에 대한 민감도도 커졌다.

올해 달러-원 환율은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회수 움직임, 외국인들의 증권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연초에 기록한 장중 달러당 1,080.30원을 저점으로 상승압력을 받았다.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연중으로 상승한 것과 비슷하다. 반면,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나 연간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수출실적 등 내부적인 요인들은 외환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게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달러화가 인플레이션 우려와 그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긴축,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 하방 리스크 등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투자은행은 내년에는 달러-원 환율도 1,200원을 넘어 1,2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물론 달러-원 환율이 오버슈팅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아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주요 선진국을 웃돌고 있고, 외환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수출은 여전히 두 자릿수의 경조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대외채무나 국가신용등급 등 각종 대외변수도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달러화에 연동하더라도 마냥 상승하기에는 현재 달러-원 수준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맞물려 환율을 비롯한 각종 변수의 안정적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수출이나 물가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 환율 불안은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국제원자재가격에 달러-원 환율까지 치솟을 경우 국내에서 고물가 현상은 확산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의 구호로 '완전한 정상화'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정책방향 보고 및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내외 경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 통화정책 전환 등 위협 요인에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일상 회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아무쪼록 대내외적인 변수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내년에는 국민들의 일상이 조금이나마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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