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결국 터지고 말았다. 터지지 말았으면 했으나, 지난 24일 새벽(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작전 개시를 승인했고,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군사행동을 강행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기가 무섭게 국내외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24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0% 급락했고, 코스닥지수는 3.32%나 폭락하며 장을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8.80% 오른 1,202.40원으로 3주 만에 1,200원대로 마감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각각 9.1bp와 9.8bp 낮은 연 2.226%와 2.624%에 마감됐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미국 달러화 가격은 치솟았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이른바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 현상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당분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전개되는 전쟁의 양상이나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방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 등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결정되고 자산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쟁 자체의 심각성이나 당사국의 피해보다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 및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파장과 이에 따라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는 국내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자금이동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일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기존 스탠스보다 완화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더욱이 과거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불거질 때보다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 결정을 미루는 경향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국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보다 이미 높아진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물가, 다른 측면에서 돈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다급한 숙제를 떠안은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쉽사리 포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고 두바이유도 배럴당 100달러 근처에 다가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비 5.2% 상승해 지난 1983년 4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1%로 조정한 바 있다. 이는 작년 11월 전망치 2.0%보다 1.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 전망경로보다 높아져 상당 기간 3%대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통화정책 결정변수로 인플레이션의 중요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만으로 기존에 피력한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마냥 미루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당분간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금속, 농산물 등의 가격변수와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앙은행들의 정책 행보에 더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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