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경제를 보면 리스크 관리가 대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전쟁의 여파 등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주요국의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풀린 과잉유동성을 줄이고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국내외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의 하방 압력도 커지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맞물려 고물가 현상이 고착되는 가운데 경기가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이뤄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화 기조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도 겨우 진정 기미다. 그러나 그동안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와 다가올 지방선거 이벤트 등으로 가계부채가 늘고 집값이 재차 불안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에서 매물이 줄고 재건축아파트를 위주로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국가부채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국내외에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 같지 않다. 과거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하던 국제신용평가사들도 태도를 바꿔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지적을 내놓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지금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고물가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확장적 재정정책의 되돌림 과정에서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경기를 연착륙시키는 게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재정·통화당국의 주요한 과제이다.

이렇다 보니 당장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마련해야 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제 분야 전문가들의 입장도 난처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위기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나 그렇다고 새 정부의 정책방안을 구상하면서 마냥 리스크 관리에만 집중하는 보수적인 정책 기조를 제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가계대출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를 언급했던 만큼 차기 정부의 고성장 기조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인수위는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킬 선험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다만 지금과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막연한 고성장에 대한 과욕보다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지난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정부도 초기에 성장주의 정책의 상징인 '747 공약'(7% 경제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어느 것 하나 달성하지 못한 채 고물가에 허덕이다가 해당 공약을 폐기했던 기억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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