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권도 바꾼다는 거대한 흐름이 꿈틀대고 있다. 다름 아닌 물가 이야기다. 현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면한 가장 중요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경제 난제 중 하나는 당연 '인플레이션'이다.

윤 당선인도 물가를 잡는 대책에 대해서는 뾰족하게 제시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달 SNS 게시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오죽하면 김형태 김앤장 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첫 번째 워크숍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국민이 용서를 못 한다"면서 물가를 경제의 최대 화두로 꺼냈을까.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5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계절적인 요인이나 외부충격에 따른 변동성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작년 대비 3.2% 오르며 지난 2011년 12월의 3.6%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이 연거푸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번주 발표될 3월 소비자물가나 이후 물가 상승률이 4%대를 찍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쩌면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준 것도 인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물가 지표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집값과 전·월세 등 부동산가격 폭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5년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게 민심 이반을 낳았고 지난 대선에서 야당의 승리로 이어진 셈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비슷하다. 작년 하반기 이후 치솟은 물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가 지난 1월 미국 성인 1천16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를 희망한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28%에 그쳤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7%에 불과했다.

현재 물가 불안은 국제적인 공급망 차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과 맞물린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급등과도 연관된 문제라는 점에서 국내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더욱이 수입물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달러-원 환율 상승도 물가에는 부담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경제 부처와 중앙은행 모두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제적인 통화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는 게 앞으로 통화정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비둘기냐 매냐의 논쟁에서 벗어나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란 뜻이다.

새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정권 교체기의 고물가를 놓고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더욱 강도 높은 수준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야 한다. 새 정부 초기에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물가를 잡으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자칫 향후 국정운영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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