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계의 검찰로 통하는 차기 금융감독원장에 검찰 출신의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내정됐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것은 1999년 금융감독원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벌써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설치 근거를 적시한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의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설치해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며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목적은 국내 금융산업 육성과 더불어 금융질서 확립을 통한 금융 수요자 보호에 있는 셈이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기업·금융 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하다. 현대차 비자금 수사,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굵직한 사건에 검사로 참여했다. 물론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의 인선은 금융권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이나 라임·옵티머스 등 각종 펀드 사태 등을 통해 금융권 스스로 내부통제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건전한 신용질서 조성이나 금융 수요자 보호 강화와 같은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제재에만 집중하다가 자칫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금융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현재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동시에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대책 등도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풀어야 하는 과제다. 최근 테라, 루나 가상자산 사태와 같이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고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동시에 디지털 금융혁신들이 업계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사실 우리나라의 굵직한 경제문제는 금융시장을 통해 시작됐고 금융문제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가 그랬고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에서도 그랬다. 부동산 문제도 금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금융은 실물경제와도 직간접적으로 엮인 탓에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감시하면서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나서서 금융시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이상징후를 먼저 찾아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시장 선진화와 민간 혁신을 강조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큰소리를 쳐도 금융권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움직이지 않는 시대다. 일부의 우려처럼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 인선으로 당국의 사후적인 검사와 처벌만 강조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당국의 군기 잡기는 금융권의 보신주의만 자극할 게 뻔하다. 은행들이 '사고만 안 치면 된다'는 식의 보신주의로 스스로 몸을 사리면 금융산업 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경제의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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