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K-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 문화뿐 아니라 음식과 언어, 관광 등의 영역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영역 중 하나가 금융이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국내총생산(GDP)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음에도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에서는 여전히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소위 '코리아디스카운트'에 허덕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식이나 외환, 채권 모두 비슷하다.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한국의 주식을 대표하는 코스닥지수와 코스피 지수는 각각 19.37%와 15.92%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 긴축에 나선 영향이라고 하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유독 낙폭이 크다.

이 기간에 일본 닛케이지수는 2.75% 낙폭에 그쳤고, 중국의 상해종합지수도 10.78% 하락률에 그친다. 같은 기간 인도의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1.03%와 7.92% 올랐다. 주요국 지수 중에서 코스닥지수 낙폭보다 큰 지수는 러시아 정도에 그친다. 유달리 다른 나라의 주가에 비해 코스피나 코스닥의 낙폭이 유독 큰 셈이다.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9.00%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은 1,188.80원에서 1,306.40원까지 상승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원화도 달러화에 약세를 보인 탓이다. 통화완화를 지속한 일본 엔화는 14.67%나 약세를 보였다. 다만 원화는 아시아의 다른 통화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절하율이 높았다.









채권시장이나 크레디트시장과 관련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에서도 한국물의 약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한국은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AA' 신용등급을 부여받았으나, CDS 프리미엄은 지난 9일 기준으로 39.48bp로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 아래인 'A+' 등급의 일본보다 높다. 일본의 CDS 프리미엄은 23.50bp에 그친다. 동일한 신용등급의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교하면 거의 2배 이상의 CDS 프리미엄을 기록 중이다.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임에도, 정작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의 부도 위험을 회피하는 데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금융위원회가 주초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경제 및 기업이 실적에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자본시장의 제도와 관행을 선진국 수준으로 전면개편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금융위는 상장사가 물적으로 나눌 경우 공시와 상장심사 기준을 상향하고, 대주주와 임원에게는 주식 매도 시 처분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의무가 부과하는 등 투자자 권익 보호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투자 절차와 공시 등의 국제 정합성을 높여 자본시장의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도 한층 속도를 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이사회는 대주주 이익만 대변하는 걸로 유명하다. 앞으로는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등을 통해 이사회가 대주주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권한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과거 글로벌 금융시장이 조정을 보일 때마다 원화와 한국 주식시장이 유독 약세를 보이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가격 급락 시 유동성이 떨어져 잘 거래되지 못하는 신흥국 자산을 대신하는 '프락시 헤징(proxy hedging)'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궁극적으로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통해 한국 금융시장도 명실상부한 선진국 시장으로 편입되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정보권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선진화 등의 조건을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공매도를 포함한 제도적 측면에서도 포플리즘적 접근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국내외 투자자들이 공정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글로벌 기준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 문화산업에서 몸값이 높아진 K-콘텐츠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금융시장이 글로벌시장에서 제대로 된 몸값을 인정받는 K-금융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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