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고물가와 고금리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새해에는 경제 한파의 예고편이 끝나고 본격적인 부동산가격 하락, 내수 및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물가 상승 등이 가시화되면서 가계와 기업이 느낄 고통이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를 방증하듯 새해 첫 영업일부터 금융시장에서 한국 자산가격이 트리플(주가, 채권, 원화) 약세를 연출했다. 전일 개장초 오름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0.48% 하락하면서 2,220대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1.15%나 급락했다. 국고채 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전일보다 8.1bp 상승한 연 3.811%로, 달러-원 환율도 전장보다 8.10원 치솟은 1,272.60원으로 각각 마쳤다.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은 정부도 기정사실로 한 상태다. 정부는 2023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제시했다. 2022년의 경제성장률 추정치 2.5%보다 0.9%포인트 낮다. 정부가 연간 성장률을 1%대로 제시한 경우는 드물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나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0년 등 경제위기를 맞은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올해 경제 여건이 역대급 경제위기에 맞먹을 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 발표만 보더라도 민간소비가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부담 등으로 전년 대비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등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위축되는 데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금융 여건 악화 등으로 건설투자도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도 글로벌 교역 둔화와 반도체 업황 위축 등으로 전년보다 감소할 게 뻔해 보인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통관기준 수출도 전년 동월보다 9.5% 줄어든 549억9천만달러에 그쳤다. 벌써 3개월째 전년 대비 역성장이다. 민간소비가 작년보다 크게 위축되는 가운데 투자와 수출도 뒷걸음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다.

 

 

 

출처:2023년 경제정책방향(기획재정부)

 

 


반면 물가는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3.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높은 수준이 이어지면서 서민 가계의 생계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교통비 등 공공요금도 상방 압력이 커진 상태다. 일부 요금은 이미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호조세를 보인 고용도 올해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투자활동이 위축되면 실업률이 상승하고 신규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취약계층을 위주로 고용 상황도 여의치 않을 게 뻔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이른바 '빅3'의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지난해 한국 경제에 발목을 잡았던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재편, 고물가, 고금리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올해부터는 본격화되면서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고통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정부와 국회가 온 힘을 모아야 한다. 당국은 경기둔화가 또 다른 경제위기로 확산하지 않도록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고물가 등으로 얇아진 가계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물가안정과 민생경제 개선에도 집중해야 한다. 경기침체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밖에 없는 만큼 마냥 재정건전성을 고집하기보다 재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재정정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경제가 어려울수록 관료들은 계량적인 거시경제지표 개선에만 집착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한 정책보다 빠른 시기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성과주의에 매몰된 탓이다. 하지만 국민의 삶, 특히 서민·중산층의 민생과 직결되는 가계부의 숫자가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경제정책이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좋은 정책이었다는 교훈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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