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부동산시장 거래절벽이 장기화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급락과 대출금리 상승으로 당분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거래가 위축된 탓이다. 그나마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9억원 이하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회복되고 있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일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1천375건이다. 월별 거래량이 1천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지난 2020년이나 2021년 1월의 매매 건수 6천508건과 5천766건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20%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천107호에 달한다. 지난 2021년 말 1만7천710호와 비교하면 1년 사이에 거의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연착륙과 취약계층 보호 등을 명목으로 정부가 민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이후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해소된 상황에서 고금리와 규제만으로 부동산이 안 팔리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좋은 입지에 가격만 괜찮다면 팔리지 않을 부동산은 없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작 부동산이 안 팔린다고 아우성치지만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실거래가 수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의 매물이 적지 않다. 최근 부동산 가격조정에도 일부 매도 호가는 과거 최고 실거래가를 크게 웃돈다. 실제로 아파트를 팔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미분양 주택 물량 증가를 근거로 건설사들이 정부에 미분양 주택 매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작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기가 맞나 싶을 정도다.

시장 침체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취약계층에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조치는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복지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면서까지 민간건설사 부실 사업의 책임을 떠안아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낳을 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는 점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당장 현시점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줘야 할 정도인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최근 들어 미분양 물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악성 재고인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7천518호 정도다. 지난 2018년이나 2019년 1만6천738호나 1만8천65호와 비교해도 많지 않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매입방안이나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건설사의 자구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건설사들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니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줘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분양가를 낮추고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가격 상승기에 분양가 부풀리기 등으로 생긴 이득은 자기 주머니에 챙기면서 손실이 생길 때는 정부가 떠안아줘야 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용납해줄 국민은 아무도 없다.

건설업계가 잘못된 계획으로 초래한 부실을 정부가 언제든 해결해준다는 인식을 줄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정을 아끼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부동산 투기심리가 커질 뿐 아니라 소위 '벼락거지'나 '영끌'과 같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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