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부터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은 금리 인상이라는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를 강하게 밟고 있다. 오래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는 당시에, 연준은 3년 동안에 걸쳐 제로금리(0~0.25%)에서 2.25~2.50%에 이를 때까지 금리를 2.25%p 올렸던 경험이 있다. 아주 느리게 거북이걸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만 1년 동안 제로금리(0~0.25%)에서 상단 5%(4.75~5%)까지 4.75%p나 올렸다.

 


현재 금리의 수준보다는 인상 폭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당연히 국제금융시장은 혼란과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것의 전적인 책임은 연준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그렇게 기세 좋게 금리 인상을 하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올해 2월과 3월에는 비록 금리 인상을 하기는 하였지만 베이비 스텝(Baby Step, 0.25%p 인상)에 그쳤다. 또한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 이전의 투박한 협박은 사라졌다.

과연 연준의 통화정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분명한 것은 연준의 정책금리가 거의 갈 데까지 갔다는 점이다. 더 올려야 지금 수준에서 0.25%p 정도, 아마 한 차례 더 베이비 스텝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3월 인상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 인하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은 여기에 있다. 그 인하 시점이 언제일까. 과거의 경험에서 보면 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동결을 지속하는 기간에 시장금리는 이미 하강 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금리의 하락 강도가 완만하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다가 정책금리가 인하할 무렵 시장금리가 크게 내려간다. 그래서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중 최소 한 가지의 명분이 필요하다. 첫째,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해왔듯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타깃 범위로 들어와야 한다.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현재 전년동월대비 6.0%이다. 근원 물가 상승률도 5.5%나 된다. 지금의 추세라면 실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들어오는 시점은 내년 초쯤이 될 것이다. 즉, 내년이나 되어야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미국 경제가 경착륙에 빠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2024년 11월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던가. 삶이 팍팍할수록 민심은 집권당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경착륙은 야당인 공화당이 집권당인 민주당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빌미가 된다. 현재 미국의 실물 경제 지표는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경제가 좋을 리가 없다. 분명 미국 경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가진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특히 자본주의의 선봉에 서 있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어느 나라의 중앙은행보다도 독립적인 정책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미국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경제 상황이 집권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연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연준은 자신들이 목숨처럼 지켜내려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위해, 행정부 인사들의 불만 표출 그리고 이에 가세하는 친정부 언론의 비판이라는 십자포화를 견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금융기관의 연이은 파산으로 시장 유동성이 경색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진행 중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주택시장의 버블을 겨냥한 빠른 금리 인상으로부터였다. 마치 그때처럼 금융기관들의 '파산 도미노'가 재현되는 듯이 보인다. 연준은 지난 2022년 3월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기 전에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았을 것이다. 과연 글로벌 금융위기에 가까워지는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도 그 시뮬레이션 결과 내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SVB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연준 인사들의 행동을 볼 때, 연준이 당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FOMC의 점도표를 보면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 뚜렷한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현 금리 수준에서 한 차례 더 올리고(5.0~5.25%), 올해 말까지 그 금리 수준을 고수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도 전혀 변화가 없다. 이번 FOMC 회의 직후 패드워치에서 예상하는 미국의 정책금리 수준은 올해 말 기준으로 상단 4.5%(4.25~4.5%)가 가장 높다. 현 금리 수준인 5.0%를 보는 확률은 5%도 안 된다. 또한 FOMC 점도표상의 5.25%의 확률은 거의 제로이다. 시장은 여전히 연준이 백기를 들고 항복할 것이라는 데에 배팅하고 있다. 생각보다 금리 인하 시점이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준이 유일한 근거로 들고 있는 물가는 높다. 그래서 섣불리 금리 인하를 단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 인상'이라는 유행이 한물갔다는 점이다. 아마도 앞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을 쳐다보지 않을 수 있다. 다들 금리를 올릴 만큼 올렸고 경제 상황이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금, 자국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통화정책의 길을 찾으려 할 것이다.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중앙은행도 있을 것이고, 경기 회복을 더 중요시하는 중앙은행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 물가 상승률도 낮아지기는 하였지만 4%대는 결코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물가 안정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대부분 국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였지만, 한국만 1%대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1960년 이후로 한국이 1%대 이하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해는 1980년(-1.6%, 오일쇼크), 1998년(-5.1% 외환위기), 2009년(0.8%, 금융위기), 2020년(-0.7%, 코로나 위기) 이외에는 없다. 초유의 저성장이 나타나는 올해, 이를 무시하고 지금의 고금리를 이어가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한국은행이 연준을 맹목적으로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이번 통화정책 사이클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의 스타트를 끊었듯이, 우리가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인가. 4월 11일에 개최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그 단서가 나올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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