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삼성과 현대차가 경제 뉴스의 중심에 떠올랐다.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경제 집중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박근혜 정부의 재벌·산업 정책에 큰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제기됐다. 현 부총리는 "그렇게 깊이 있는 분석은 아니고 경제 정책의 변화로 받아들이지 말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상이 삼성과 현대차그룹이라는 점에서 발언의 파급력은 컸다.

2013년 9월 기준으로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총 27개로, 전체 상장사의 1.6%에 불과했지만, 이들 계열사 전체의 시가총액 비중은 무려 36.5%에 달했다. 특히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15.5%로 절반에 가까웠다. 두 그룹 상장사의 시총 비중은 5년 만에 15%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들 기업이 낸 영업이익 규모는 22조원을 넘어서 5년 만에 두 배 불어났고, 법인세는 20조원을 넘겨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총생산에서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3%와 12%에 달할 정도였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연합뉴스TV 캡처]



당시 정부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커져 주의 깊게 보고 있지만 비중을 일부러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덩치를 키우며 성장세를 거듭하는 것은 사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이 문제를 그처럼 깊이 들여다본 것은 쏠림에 대한 경계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지표와 체감 사이에 괴리가 크게 나타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봤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휘청일 경우 나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너무 커 경제정책 운용에도 적잖은 파장을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일종의 지표상 착시를 걷어내야 했지만 사실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 시간이 흘렀어도 삼성과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하다.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수백 가지의 각종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에 따라 어떤 해결책들을 내놓아야 할지를 두고 고심한다. 단순히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대내외 정치 상황, 각국의 교역에 대한 입장차, 규제 문제, 금융시장 환경 등 수십 가지의 변수들이 더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는데 그게 바로 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에 따른 변동성이다. 삼성과 현대차 같은 대기업그룹 군의 실적 가변성은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나라 경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기업들이다 보니 더 그렇다.

지난 2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우리 경제가 반도체와 IT(정보기술) 분야를 제외할 경우 올해 2%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1.5%로 낮췄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1.4%로 내렸다. 이러한 수치와 추경호 부총리의 말을 토대로 하면 거대 반도체 기업이 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0.5~0.6%P의 성장률을 깎아 먹고 있는 셈이 된다.


답변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5.22 toadboy@yna.co.kr



수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대 변수는 역시 반도체다. 반도체가 반등해야 삼성이 살고, 삼성이 다시 서야 세금도 더 들어온다. 단번에 경제지표도 살아나고 정책 추진을 위해 쓸 돈도 생긴다. 아이러니하지만 우상향의 쏠림을 다시 기대할 수밖에 없다. 추 부총리가 언급한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는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키가 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재부의 역할이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한다. 산업정책과 지표 관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경제정책의 중심축인 기재부가 좀 더 깊이 산업에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맏형의 역할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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