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를 뜻하는 '킹달러'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등 아시아 통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이 통화 긴축기조를 고수하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고집하면서, 미국과 금리차가 확대되고 통화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 심상찮은 위안·엔화 약세…지난해 킹달러와는 차이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에 대비한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 105.041까지 올라 올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양호한 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기조를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설명:달러인덱스 및 달러-위안(CNY) 환율 추이

 


최근 달러 강세는 작년과는 차이가 있다. 아시아 통화, 그중에서도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약세 현상이 두드러진 탓이다. 연합인포맥스의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번)를 보면 올해 들어 엔화는 달러화에 10% 이상 절하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은 달러화에 대해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중국 위안화 약세도 두드러진 모양새다. 올해 들어 위안화는 달러화에 5% 정도 절하됐다. 특히 이달 들어 달러-위안(CNH) 환율이 장중 7.3496위안까지 치솟아, 중국 위안화 가치가 지난 2007년 이후 16년여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만큼 위안화와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설명:달러화 대비 주요통화 절상률(연초 이후)

 


◇ 중일의 인위적 통화 절하 우려…한국 경제에 궁핍화 '불똥'

이런 현상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일본의 초저금리 통화정책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8월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전년비 3% 하락하는 등 각종 물가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가운데 내수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기업의 유동성 문제도 심상치 않다. 이렇다 보니 위안화 약세가 한층 심해졌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올리고 있으나 일본은 여전히 엔저를 통한 성장정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자유로운 자금이동과 독자적 통화정책인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다 보니, 미국과의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결과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약세도 가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도 일본처럼 의도적인 통화 약세로 경기부양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자국 통화의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품의 국제가격을 낮추고 무역전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점하려는 노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 절하가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하는 1930년대 대공항 시기 각국이 '너 죽고 나 살자' 방식의 이기주의와 보호무역, 환율전쟁 등으로 자국 경제를 위해 인접국 경제를 궁핍하게 만드는 '근린궁핍화정책'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외발 환율 변동성 리스크…대외균형·환율안정 사전 대비를

더욱이 위안화와 엔화의 약세는 실물경제뿐 아니라 외환 및 금융시장을 통해 한국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원화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통화인 위안화와 엔화의 변동성에 민감한 만큼, 우리나라 펀더멘털보다 중국이나 일본의 통화가치나 정책 대응에 따라 원화 가치가 좌우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위안화와 엔화 약세가 심화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제 여건과 달리 고물가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안정 기미를 보였던 물가가 한단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설명 : 한·미·일·영 등 주요국 정책금리 추이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위안화와 엔화 약세가 자칫 원화 약세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에선 아시아 대표 통화인 위안화와 엔화의 약세로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외환위기까지 경험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대외균형과 환율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대외요인에 의한 원화 변동성 확대와 외화자금 이탈이 우리나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도록 사전에 경보체계를 마련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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