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2일 서울 채권시장은 미국 장기 국채 금리 급등세에 약세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채 수익률곡선이 바짝 선 상황에서 국내가 이에 얼마나 거리를 둘지가 관건이다. 국내 경기가 미국처럼 좋지 않다는 점엔 이견이 없지만 최근엔 달러-원이 같이 오르면서 기존 논법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전일 미국 2년 국채 금리는 4.27bp 내려 5.1481%, 10년 금리는 8.01bp 올라 4.4942%를 나타냈다.

추석을 앞두고 금리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심리도 약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지만 동트려면 한참 남았다고 연준이 강조한 터라 심리 회복이 쉽지 않다.

◇ 긴장감 커지는 점심시간…BOJ 움직일까

점심시간 경엔 일본은행(BOJ) 금융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다. 그간 완화정책에 길든 경제와 BOJ가 매입했던 대규모 국채 등을 고려할 때, 빠르게 움직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BOJ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 있다. 유가 상승에다 엔화 약세까지 겹쳐 인플레 위험까지 급증하는 모양새다.

정치적으로도 시기가 미묘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음 주 초 새로운 경제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유엔(UN) 연차 총회 기자회견에서 새 조치에는 급격한 가격 인상에 대응하고 임금과 투자 증가를 촉진하며 인구 감소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가격 인상에 대응하는 방안이 무엇이 될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통화 긴축 없이 정부의 미봉책은 물가 상황을 더욱 악화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개장 전 나오는 일본 8월 소비자물가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1-2'은 '0-1'과 같지 않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지만, 커브가 서면서 긴축 효과는 더 세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주택담보대출의 준거 금리로 장기 금리가 주로 사용된다. 커브가 가팔라지면서 긴축의 효과가 한층 커진 셈이다.

전일 기존주택 판매량이 급감한 것도 최근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전일 8월 기존주택 판매(계절 조정치)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고금리가 PF 등 공급 절차를 타격하고, 리파이낸싱을 피하고자 기존 매물이 잠기면서 집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모기지 금리 급등에 거래는 식어가는 모양새다.

9월 FOMC 회의가 끝나자 시선은 자연스레 11월 회의로 옮겨 간다. 과연 마지막 한 발의 인상을 단행할지 관심이 간다.

다만 동결 결정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더 매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통화정책에 정통한 학계 전문가의 시각이다.

한 번을 더 올리면 내년 두 번을 인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시장에 신호를 주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동결할 경우 내년엔 한 번만 내려도 돼서 신호를 좀 더 늦게 줘도 된다. 긴축 기조 장기화의 정책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셈이다.

BOE가 전일 금리를 동결한 결정에도 이러한 계산이 녹아들었을 수 있다. BOE는 성명에서 통화정책은 중기적으로 2% 물가 목표 수렴까지 '충분히 오랫동안(Sufficiently long)' 충분히 긴축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과 달리 약한 영국 경기가 주된 동결 요인일 수 있다. 금리 동결은 5대4로 아슬아슬하게 결정됐다. 4명의 위원은 인상을 주장했다.

◇ 리얼머니와 헤지펀드의 엇갈리는 셈법

전일 아시아 채권시장에선 호주와 뉴질랜드 국채 금리의 상승 폭이 컸다. 서울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아시아 금리인하 사이클을 선점하려던 매크로 헤지펀드들이 손절에 나서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앞서 신흥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를 근거로 중단기물 매수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이 후퇴하면서 시장 금리도 빠르게 오르는 모양새다.

다만 현물 채권 등을 매수하는 중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튈 사놓으면 장기적으로 괜찮다는 인식이 제기된다. 투자시계와 위험 감내 정도에 따라 셈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전 거래일 밤 1,339.50원에 최종 호가가 나왔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1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39.70원) 대비 1.90원 오른 셈이다. (금융시장부 기자)

엔화 표시 원자재가격과 일본 CPI 추이
얼라인번스타인

 


미국 10년물과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민평) 추이 및 스프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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