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통계 수치로 당시에도 우려가 컸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 지난 정부에서 발표됐던 부동산 통계 이야기다. 필자도 당시 칼럼 등을 통해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2019년 11월 22일 송고한 '집값보다 집값 통계부터 먼저 잡아야' 제하의 기사 참고)

감사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실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중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은 수십차례에 걸쳐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부동산 통계 수치도 조작했다. 부동산 통계 발표 이전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고 부동산 상승률도 입맛대로 '마사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자료를 보정하는 작업이 진행됐을 뿐 조작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통상적인 업무에서 벌어진 일이란 것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발표된 부동산 통계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다. 오죽하면 시민단체인 경실련마저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를 '거짓 통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경실련은 지난 2021년 6월 KB국민은행 자료 등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 4년간(2017년 5월~2021년 5월) 서울 아파트값이 93% 올랐음에도, 국토부는 2017년 5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7% 상승률이라는 믿을 수 없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고 따졌다. 서울 아파트값이 2배로 뛰었는데, 정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엉터리 통계에 집착하면서 집값이 안정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주장이다.

국가통계는 각종 정책 수립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료다. 그만큼 정확성과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 자신의 입맛대로 왜곡한 통계로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잘못된 통계는 결과적으로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져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통계는 시장가격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매번 발표되는 통계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통계기관들이 정오에 공표하던 관행을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에 공표하는 것으로 바꾼 것도 통계가 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통계 수립만큼이나 통계 관리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감사원의 발표대로 통계 조작이 사실이라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국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왜곡된 숫자를 통해 집값이 안정됐다는 허상을 보여줄 게 아니라,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을 하향 안정시켜 국민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는 주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 추이(KB부동산, 부동산원)


이참에 부동산 통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실거래가 아닌 호가 위주의 집계방식으로 이뤄진 주간 아파트 상승률 통계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만 보더라도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는 5월 셋째 주부터 상승 전환했으나, KB부동산 통계에서는 8월 둘째 주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조사 표본과 방법 등 산정방식 차이가 있겠지만 집계기관에 따라 아파트값 반등 시점이 2개월이나 차이가 난다. 그만큼 제대로 된 부동산 통계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동산 통계는 투기나 투매와 같은 시장 쏠림만 가중한다는 점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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