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한국 경제에 대한 연례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IMF가 사실상 한국 경제가 팔팔 끊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쪼그라들고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찍은 상태에서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성장률도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소위 '피크 코리아(Peak Korea)'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진단한 셈이다.

IMF는 지난주 17일 발표한 '2023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내년 성장률을 2.2%로 각각 전망했다. 또 지난해 5.1%까지 치솟았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 3.6%로 주춤한 뒤 내년에는 2.4%로 다소 진정될 것으로 봤다. 얼핏 보면 나쁘지만은 않은 전망이다.


출처:IMF 연례협의 보고서

 


그러나 중기적인 측면으로 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IMF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2.1%~2.3%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의 저성장에 따른 반사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앞으로도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한국 경제에서 과거에 누렸던 고성장은 먼 옛날이야기가 됐고,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직후 기저효과에 따른 높은 성장률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IMF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거나 주택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활용되는 각종 정책(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금융정책 등) 수단도 재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팬데믹 과정에서 실시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정상화하고, 물가안정을 위해서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금융지원도 질서정연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성장세를 회복하고 고령화에 따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 계기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 위기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금 개혁도 거듭 주문했다.


출처:IMF 연례협의 보고서

 


한국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성장 탄력성이 크게 둔화했다. 특히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구조적으로 생산성도 위축됐다. 우리나라의 연간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1명을 밑도는 상황에서, 심지어 올해는 '0.7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저금리 과정에서 늘어난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도 골칫거리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서면서 OECD 회원국 중에서 최상위권이다.

한국이 저출산·고령화 수렁에서 벗어나고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성장성을 높일 근본적인 개혁이 절실하다는 게 IMF의 주문이다. 물론 이런 IMF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내용들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주요한 리스크로 지목됐으면서도, 단기적인 성장 과실을 쫓고 선거에서 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당장 이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뤘던 과제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경제의 리스크를 언급할 때 흔히들 대외적인 리스크를 먼저 꼽는다. 하지만 IMF의 지적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진짜 리스크는 밖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냄비 속 개구리는 뜨거워지는 온도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다가 결국 죽는다고 한다. 해외에서 한국 경제를 조롱하면서 제기하는 '피크 코리아' 논리를 현실에서 보지 않으려면 냄비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벗어날 방안들을 서둘러 실천해야 한다. 늦으면 늦어질수록 냄비에서 벗어나는 것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황금같은 시간이 재깍재깍 지나가고 있다. (취재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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