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돈은 피보다 진하다."
기업 경영권 앞에서 함께 나고 자란 형제의 정은 정말 없는 걸까.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형제의 난'은 '가족 분쟁'으로 확산했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은 차남 조현범 회장의 편에 섰다. 조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차녀 조희원씨는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경영권 탈환에 나섰다.

조현식·조희경·조희원 세 남매는 조현범 회장이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다며 그룹의 대표로서 적합하지 않은 도덕성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앤컴퍼니그룹 측은 조희경 이사장에 대해 "한정후견개시 심판청구를 무기로 건강한 아버지를 겁박하고 있다"며 "이사진들을 교체하고 재단을 사익집단화하는 전횡을 두고 볼 수 없어 조 명예회장이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라고 하였으나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형제간 지분 다툼으로 인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조현범 회장 측이 일단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조현범 회장(42.03%)을 지지하는 조양래 명예회장과 효성첨단소재가 추가 매입에 나서면서 이들 지분율 합은 47.16%까지 올랐다. 일단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셈이다.

조현범 회장은 전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분 50%에 근접했다며 경영권 방어를 자신했다.

반(反) 조현범 연대를 펼친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씨, 조희경 이사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30.35%다. MBK파트너스는 오는 25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 최소 20.35%, 최대 27.32%에 대해 주당 2만4천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3∼25일은 휴일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청약이 가능한 날은 이날(22일)이 마지막이다.

업계와 시장은 조현범 회장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전일 종가는 1만7천110원으로 마쳐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MBK파트너스는 시중 유통 주식의 90%가량을 공개매수해야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전일 조현식 고문 등 세 남매는 소액주주들에게 "기업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전문경영진 체제를 확립해서 한국앤컴퍼니의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개선하고자 한다"며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실패하면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 확보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타깃으로 장기적인 법정 공방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했지만, 법정 공방이나 주총에서 안건을 제기하는 등의 사례는 빈번하다.

예컨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총 9차례에 걸쳐 본인의 복귀와 신동빈 회장 해임을 촉구하는 주주제안을 시도해왔지만, 모두 부결됐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도 회사 측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로, 올해 9월 말 기준 금호석화 주식 8.87%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 전 상무는 2021년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가 패하고 회사에서 해임됐다.

박 전 상무 측은 금호석유화학과 OCI 간 자사주 맞교환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박 전 상무는 자사주 상호 교환에 반대하며 법적 대응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가 형제들이 사이좋게 지분을 나누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경영권을 잃어버리는 순간 본인뿐 아니라 자녀까지 승계 구도에서 밀려나 주류에서 빠져 방계가 되는 것"이라며 "'All or Nothing'의 싸움인 만큼 지더라도 쉽사리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금융부 이윤구 기자)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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