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일 서울 채권시장은 푸른 용의 해 첫 거래일을 맞아 국고 30년 입찰을 소화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낼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국고 30년 입찰은 2조7천억원 규모로 예정돼 있다. 그간 연말 크게 물량이 줄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 수준 확대된 결과다.

헤지 움직임 등에 장기 중심으로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전 거래일 미국 2년 국채 금리는 2.48bp 내려 4.2543%, 10년물은 3.94bp 상승해 3.8809%를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는 등 경기 개선도 커브에 스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통관기준 수출이 576억6천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2년 7월 이후 최대치다.

장중엔 중국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 세 가지 美 경제 시나리오…"많이 팔린 게 좋을까"

시장이 상당 부분 강세를 먼저 반영한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지표에 따라 미래는 연착륙과 경착륙, 무착륙 세 가지 시나리오로 갈린다.

지난해 경험을 복기하면 어느 방향이든 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 말과 작년 초엔 통화 긴축에 따른 경기둔화를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을 여러 차례 언급하자 시장은 더욱 강해졌다. 국고 3년 금리 기준으로 3.1%대 초반까지 갔던 배경이다.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등을 거치면서 강세는 이어졌다.

이후엔 '더 높고 더 길게(Higher for longer)' 내러티브가 시장을 지배했다. 인플레까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데다 미 국채 공급 우려까지 겹쳐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미국 2년 국채 금리는 5.2165%(10월 18일)까지 치솟았다. 헤지펀드들은 고인플레 시대로 회귀 가능성 등 내러티브를 제시하며 약세를 더욱 촉발했다.

다만 연말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착륙 내러티브가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경기와 고용시장의 큰 충격 없이 물가는 쭉 내려올 것이란 기대가 강화했다. 인플레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에 연준도 경계를 한층 완화했다.

서울 채권시장이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세 가지 경제 시나리오 중 연착륙은 이미 좀 넘어선 감이 있다.

애틀랜타 연은이 무위험 금리(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SOFR)를 통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3월 인하 가능성을 44% 정도 반영했다.

눈길을 끄는 건 이후 SOFR 금리 추이다. 오는 3월 변동 구간이 4.90%에서 5.21%로 예상됐지만, 연말에는 2.98%에서 4.69%로 전망치의 범위가 확 넓어진다.

가파른 인하 기대가 녹아든 것이다. 하단을 기준으로 하면 225bp, 베이비스텝 기준 최대 아홉 차례 인하까지 추정된다.

점도표상 세 차례 인하가 예고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상당하다. SOFR 예측치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해도 여섯 차례 인하가 반영돼 있다.

다만 현재의 내러티브가 이어진다면 추가 강세도 이상치 않다. 인하 시에도 빅 또는 자이언트 스텝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서다. 경착륙으로 다소 치우친 내러티브가 연착륙 수준에 그쳐도 채권에 우호적 분위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경계해야 할 것은 덜 팔린 노랜딩 시나리오다.

◇ FOMC 의사록, 채권 랠리 막아설까

당장 FOMC 의사록이 노랜딩 내러티브에 힘을 실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FOMC 의사록은 한국 시각으로 오는 4일 새벽 발표된다.

시장의 인하 기대가 이보다 앞선 측면이 있지만 정제된 의사록 문구상에서 시장이 틀렸다는 확증을 찾긴 어려울 수 있다. 위원들의 생각을 한줄 한줄 적히는 금통위 의사록과 달리 FOMC 의사록엔 요약된 내용이 담긴다.

파월 의장의 간담회 소통이 의도한 것이라면 의사록에서 이를 확 뒤집으면서 소통 실패를 인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SVB 사태가 비슷해지는 지점

작년 채권시장의 급격한 강세를 초래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은행 파산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확연히 다르다. 중앙은행의 최대 관심사인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서 차이가 현격하다.

태영건설의 금융권 노출도는 전체 시스템을 흔들 정도로 크지 않다. 시스템상 중요은행이었던 SVB와 비교 자체가 어려운 셈이다.

다만 'F4' 회의 등을 통해 정부와 한은의 공조가 긴밀한 상황에서는 두 사태 간 비슷한 점도 있다. 한은도 최대한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주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태영건설과 관련 시장 안정을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레고랜드 사태를 겪으면서 당국에 대한 신뢰는 커진 상황이다. 당국의 적극 관리 의지에 위험 대비 수익 관점에서 보면 비대칭성이 형성될 수 있다. 등급과 종목별로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하방 위험은 다소 제한될 수 있어서다.

연말 다소 올랐던 단기 금리가 연초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채권시장의 롱(매수) 분위기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예상보다 빠른 인하 기조로 전환 등 기회에 대한 베팅하는 비용은 저렴해지는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전 거래일(지난달 29일) 밤 1,292.8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3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288.00원) 대비 7.10원 오른 셈이다. (금융시장부 기자)

SOFR 예상 경로로 본 금리인하 기대
애틀랜타 연은 등

 


점도표에 반영된 금리인하 경로
FOMC 점도표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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