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7일 서울 채권시장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을 소화하면서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전일 일정 부분 선반영한 측면도 있다.

간밤 미국 2년 국채 금리는 8.81bp 올라 4.2240%, 10년물은 12.01bp 급등해 4.0638%를 나타냈다. 서울 채권시장 마감 당시와 비교하면 2년물은 2bp, 10년은 6bp 정도 올랐다.

장중엔 중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과 12월 산업생산 등 지표가 발표된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는 강세 재료로 판단할 수 있지만 달러-원 환율 상승을 수반한다면 약세 재료로도 볼 수 있다.

장 마감 후엔 미셸 보먼 연준 이사와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연설이 예정돼 있다. 유럽에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연설에 나선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앞서간 기대를 바로잡으려는 취지의 발언이 쏟아질 수 있다. FOMC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것보단 먼저 조정해놓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날 밤 나오는 미국 12월 소매판매도 주목할 지표다. 연말 쇼핑 시즌에 소비가 견조했던 것으로 나오면 금리인하 기대는 더 후퇴할 수 있다.

◇ 연준 폐쇄에도 멈출 수 없던 월러 발언

연방준비제도 사무실은 문을 닫았지만 월러 이사의 브루킹스 연설은 예정대로 화상을 통해 공개됐다. 연준은 전일 기상악화(폭설)에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공지했다.

시장의 기대 대비로 보면 매파 메시지였지만 전반적인 인플레나 고용시장 평가는 종전의 비둘기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금리 급등을 이끈 것은 인하 시기와 속도에 관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월러 이사는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충격에 따른 인하 사이클에선 대규모로 빠르게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번 사이클은 고용시장이 좋은 상태고 인플레가 점차 내려오는 상황이라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When the time is right to begin lowering rates, I believe it can and should be lowered methodically and carefully. In many previous cycles, which began after shocks to the economy either threatened or caused a recession, the FOMC cut rates reactively and did so quickly and often by large amounts.)

다만 고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정상화하는 등 디스인플레 경로가 지속하고 있단 평가는 그대로였다.

월러 이사 연설 제목 변화에선 그의 생각을 한 눈에 엿볼 수 있다. 이번 제목은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 같은데…지속할까(Almost as Good as It Gets…But Will It Last?)'였다. 작년 11월 말 비둘기로 전향할 당시 연설의 제목은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Something Appears to Be Giving)"였다.

월러 이사는 학계에서 매크로 지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흐름을 잘 읽는다고 평가받는다. 정치적이란 평가를 받는 일부 연준 인사들과는 결이 다르다. 2009년부터 2020년 연준 이사로 지명되기 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리서치 부문 디렉터로 일했다.

◇ 월러가 제시한 커브는 스티프닝…'만기 길수록 위험하다"

눈길을 끄는 건 월러 이사의 발언 이후 미 커브(수익률곡선) 변화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오르면서 커브는 가팔라졌다. 당장 올해 인하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단기 구간은 크게 밀릴 일이 없다. 다만 대폭의 인하가 아니고 그 속도가 완만하다면 중장기 구간부턴 과도했던 기대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일 미 국채 커브에선 이러한 셈법이 엿보였다. 6개월물은 0.99bp 오른 데 그쳤지만 1년물은 4.70bp, 2년물은 8.81bp 올랐다. 10년과 30년은 각각 12bp 수준 급등했다. 장기 구간은 경제가 생각보다 좋게 평가되면서 올랐다.

당분간 '만기가 길수록 위험하다'는 인식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기간 프리미엄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화한다면 위험 프리미엄도 같이 오를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재정적자 우려가 재부각한다면 생각보다 채권시장에 비우호적 흐름이 펼쳐질 수 있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생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주가가 하락한 점도 크레디트 추이를 두고 참고할 부분이다.

전일 서울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원화·주식·채권 가격 하락)와도 부합하는 내러티브(이야기)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밤 1,336.00원에 최종 호가가 나왔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45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31.80원) 대비 6.65원 오른 셈이다. (금융시장부 기자)

미 국채 수익률 곡선 변화
연합인포맥스

 


미 주간 경제활동지수
댈러스 연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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