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정상화 방안 제출 의지 없어"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 방안이 속속 마련되는 가운데 우량 사업장으로 꼽히던 반포 도시형 생활주택 공사 현장이 멈췄다. 반포 PF의 주요 대주인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과기공)가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추가 자금 조달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공전하고 있다. 59개 PF 사업장의 정상화 방안이 대부분 제출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반포 사업장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막판 암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대주 과학기술인공제회…사업장 정상화 모른 체

8일 연합인포맥스 취재를 종합하면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반포의 주거복합시설 개발 사업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한 PF 정상화 방안을 KDB산업은행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59-3번지 외 2필지(59-4, 59-5)에 지하4충~지상20층 도시형 생활주택 72가구, 오피스텔 25실을 짓는 개발 사업이다. 시행사는 반포센트럴피에프브이(PFV), 시공사는 태영건설이 맡고 있다.

차주 시행사는 공사를 위해 지난 2022년 대주단(과학기술인공제회, KB증권)과 총 2천380억원 한도의 PF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과기공은 브이아이자산운용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에 출자한 펀드를 통해 선순위에 1천520억원, 중순위에 350억원 한도의 PF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KB증권은 SPC를 통해 중순위 150억원, 후순위 100억원 한도의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260억원 한도대출은 추후 태영건설 자금보충약정으로 조달할 예정이었다.

태영건설 반포 PF 사업장 대주단


이 사업장은 지난 연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KB증권이 PF 대출채권을 차환 발행하는 구조로 사업장에 대출을 내주고 있었지만, 태영 워크아웃으로 채권이 팔리지 않으면 롤오버 실패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KB증권은 차환 발행을 멈추고 사모사채 확약을 통해 25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인수했다. 시장에서 PF 채권을 팔아 사업장에 대출을 내주기로 한 KB증권이 중순위 150억원과 후순위 100억원에 대한 대출을 직접 제공했다는 의미다.

공사가 20%가량 진행된 반포 PF 사업장은 추가 공사비 조달을 두고 대주단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지난 4일부터 멈춰있는 상태다. 차주는 당초 태영건설이 한도대출을 통해 조달하기로 한 260억원의 자금이 공사비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B증권은 워크아웃 신청 이전에 체결된 기존의 대출약정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행사는 신규 자금을 조달해 공사비를 충당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출액 기준으로 약 84%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대주 과기공이 추가 공사비 조달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기공은 반포 PF 사업장이 추가 자금을 조달할 경우 상환 순위가 뒤로 밀려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규정상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투입되는 추가 자금은 변제 순위가 최우선순위로 설정될 수 있다.

PF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은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자금 조달시 상환 순위가 뒤로 밀려나는 걸 우려한 과기공이 반대하고 있다"며 "중후순위 채권자인 KB증권이 추가 자금에 대해 우선 변제순위를 가지게 되는 게 싫으면 과기공이 출자하면 될 일인데, 지금은 사업장 정상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과기공은 추가 공사비에 대한 부담이 불가능하고, 중후순위 또는 다른 방안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라는 입장을 시행사에 전달했다. 또 오는 4월 열리는 태영건설 채권단협의회 결의에서 워크아웃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의사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행사와 대주단에 통보했다.

위 관계자는 "과기공이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시행사의 연락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 미수금 등 부담…워크아웃에 악재

반포 PF 사업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성패를 가르는 PF 사업장 정리가 막판 암초를 만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포 PF 사업장의 공사가 지연될 경우 사업비 및 공사비의 추가 상승으로 태영건설의 미수금이 증가하는 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반포 사업장을 제외한 태영건설의 다른 PF 사업장은 대부분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거나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업장마다 이해관계가 있지만, 서로 한발 양보하면서 한계기업을 살리는 게 워크아웃의 취지"라며 "태영건설의 부담이 커지면 다른 사업장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워크아웃 전체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PF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사업장은 다른 시공사를 구하기도 어렵고 공매에 오히려 싼 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며 "과기공이 추가 공사비 조달을 반대하면서 제 발등을 찍는 모습이다"고 강조했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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