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원화채권시장의 가장 큰 손인 미국계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사의 보유채권 롤오버(만기연장)가 이달 초, 단 이틀간 진행되고 주춤한 모습이다. 이후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더는 템플턴사의 대규모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지난 1년간 템플턴 펀드가 신용등급을 낮추고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줄이는 전략을 펼치면서 원화채권의 듀레이션과 규모를 함께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미국계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사의 대표 채권펀드이자 원화채권에 집중투자하는 '템플턴 글로벌 본드 펀드(Templeton Global Bond Fund)'의 운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월, 2.14를 기록했던 펀드의 평균 듀레이션은 지난 9월에 1.59로 떨어졌다. 펀드의 자금회수기간을 짧게 가져가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뜻이다.





▲자료: 프랭클린템플턴, 연합인포맥스

템플턴사는 지난 2008년에 본격적으로 원화채권시장에 뛰어든 이후 주로 3년 만기 국고채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국고5년물과 10년물도 일부 담았다. 대표적인 종목들이 바로 국고 3년물 8-6호와 9-2호, 9-4호 등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고채보다 만기가 짧은 통안채로 갈아탔다. 펀드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또, 템플턴사의 펀드 신용등급은 A+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9월부터 A로 한 단계 내려왔다. 지난해 템플턴 글로벌 본드 펀드가 다른 채권형 펀드와 비교해 부진한 수익률을 내면서 운용액 10% 이상이 환매요구를 받자 위험을 다소 떠안더라도 고금리 채권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실제 이 기간에 템플턴사는 보유자산 중 미국채와 영국채를 대부분 청산하고 동유럽과 아일랜드 채권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상향 됐다.





▲템플턴 글로벌 펀드의 지난해 9월(왼쪽)과 올해 9월(오른쪽)의 국가별 자산 비중 변화(자료: 프랭클린템플턴, 연합인포맥스)



이 때문에 템플턴 펀드 내에서 미국과 영국이 했던 신용등급 유지와 듀레이션 조정의 역할을 우리나라가 맡게 됐다. 템플턴사는 과거 원화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스웨덴·노르웨이 등 AAA등급의 북유럽 채권을 정리한 바 있다. 이제는 원화채권이 그 정리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져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 은행의 채권 딜러는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이제는 템플턴 펀드 내에서 원화채권이 고금리를 담보해준다고 볼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선물환 포지션 축소 규제까지 거론하며 원화절상률까지 제한하는 상황에서 템플턴 글로벌 본드 펀드를 운용하는 마이클 하젠스탑 매니저가 원화채권에 대한 매력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서울채권시장에서 프랭클린템플턴사는 오는 12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3년 만기 국고채 9-4호를 매도하고 2년 만기 통화안정증권 지표물을 약 2조원 사들였다. 이후 1조원 내외의 추가매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 알려진 템플턴사의 9-4호 보유규모는 4조원이 넘어, 남은 물량을 언제 롤오버 하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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