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은행권이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본점 '군살빼기'에 나섰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본점 부서를 통폐합한 후 인력을 영업점으로 재배치했다. 부서를 축소해 비용을 줄이고, 영업점 인력은 늘려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나은행도 같은 방식의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일 본부 조직을 14개에서 11개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IB본부와 업무지원 본부를 각각 IB사업단과 업무지원단으로 재편한 결과다.

여기에 준법감시인을 부행장급에서 상무급으로 조정하면서 우리은행의 부행장급 임원 수는 15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우리은행은 연말 후속인사에서 본점 인력을 10~15% 정도 영업점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예상돼 기본에 충실한 내실 경영을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조직개편과 정원 편성안을 의결했다. 농협은행은 비슷한 성격의 부서를 통합해 41개에서 35개로 줄이기로 했다.

또 영업점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본점 인력 1천240여명의 10%가량인 125명을 영업점으로 내보냈다. 또 후선부서인 업무지원센터에서 75명을 영업점으로 재배치했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본부장급이었던 준법감시인을 부장급으로 낮추며 집행간부 수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후선 조직과 인력을 줄여 영업현장으로 투입해 인력 효율을 높이겠다는 신충식 행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며 "내년에도 대외 경영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여 감량경영을 통해 영업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연말께 본점 부서를 통폐합하고 이에 맞춰 임원 수를 2~3명가량 줄일 예정이다.

또 본점 인력의 10~20%를 영업점으로 전진배치한다.

은행들이 이처럼 본점 부서를 통폐합하고 인력을 영업점으로 내보내는 것은 내년에도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사회공헌 확대 요구로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은행권은 예금과 대출, 외환 등 수익성 자산을 늘리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본점 부서는 줄이되 영업력은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되 마케팅 비용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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