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를 시작하자 외국인의 원화채권 묵히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담아두면 이익을 본다는 인식에 뜸해진 현물채권 매매는 외국인 선물 거래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연합인포맥스의 외국인 채권 잔고(화면번호 4576)와 투자주체별 장외채권거래(화면번호 4261)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외국인의 이달 채권회전율은 7.8%를 기록했다. 지난주 2조 6천억원이 넘는 국고채 매수가 없었다면 이달 채권회전율은 3.8%까지 떨어진다.





▲자료: 연합인포맥스(※2월은 지난 22일까지의 통계)

지난해 11월에 15%까지 올랐던 외국인의 채권 회전율은 올해 들어 8%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채권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외국인의 채권거래는 무관심으로 대응 중이다.

회전율은 월별 거래규모를 그달의 평균 채권 보유잔고로 나눠서 구한다. 채권자금의 유출입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회전율이 떨어질수록 보유채권을 거래하지 않고 묵히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떨어지는 외국인의 채권 회전율이 환베팅과 관련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채권 딜러는 "외국인의 투자거래 유인은 재정거래와 환 베팅,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앙은행과 재정거래 수요가 줄어든 점을 생각하면 달러-원 움직임이 거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롤오버로 바쁠 만한 지난해 연말부터 외국인의 채권이 잠겨 있다고 보면 올해 달러-원 전망을 보고 환율이 일정 수준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달러-원 환율이 일정 수준 오르지 않는 이상 외국인의 현물 채권 거래가 계속 한산해 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의 채권 회전율이 계속 부진하면 외국인 선물 거래로 시장이 더욱 휘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딜러는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다고 해도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금리 변동성이 제한되고 있는데 금리수준에 상관없이 급변하는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계속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채권시장에서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휘두르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은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쌓이면서 시작됐는데 이들의 선물 차익실현 우려는 항상 남아있다"며 "새 정부의 환율 정책에 따라 현물 채권시장도 요동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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