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오는 5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16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인 가운데 홈플러스의 조직 개편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룹 내 최고 실세로 통하던 왕효석 홈플러스테스코 대표이사도 이 회장과 동반 퇴임할 계획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가 합병해 전면 쇄신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당분간 현재 체제를 유지해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를 따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 본사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홈플러스 자산 매각에는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홈플러스-홈플러스테스코 "따로 간다" =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조만간 왕 대표이사의 후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 본사가 한국 법인에 입김을 강화하려고 영국인 CEO를 파견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이 회장의 후임인 도성환 테스코 말레이시아 법인 대표처럼 한국인 임원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그룹은 지난 2008년 이랜드로부터 홈에버를 인수해 홈플러스테스코를 출범했다.

실질적으로는 홈플러스가 헤드쿼터 역할을 맡아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의 영업과 마케팅, 교육 등 전반적인 운영을 함께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홈플러스테스코를 별도 법인으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잠재적으로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가 합병하겠지만, 아직 복리후생이나 조직문화 등에서 두 회사 간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두 회사 간 비슷한 수준이 맞춰지고 나서야 합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자산 팔아 테스코 부채 줄인다 = 업계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던 이 회장 퇴임 이후 영국 테스코 본사의 방침에 따라 홈플러스의 점포와 물류센터 매각을 통한 자산유동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스코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8월 말 기준 순부채(net debt)는 72억파운드(약 12조원)였는데 이는 전년동기보다 4억파운드(약 6천600억원) 줄어든 수준이었다.

경기 악화로 현금흐름이 감소했는데도 순부채가 줄어든 것은 자본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자산 매각으로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테스코는 작년 3월 태국에서 작년 3월 17개 점포를 팔아 3억7천900억파운드(약 6천300억원) 수익을 올렸다.

그럼에도, 작년 8월 말 기준 순부채는 최종 배당금 지출 등의 영향으로 2011년 말 순부채(68억파운드, 약 11조원)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테스코는 태국에 이어 작년 8월 한국에서도 서울 영등포점과 금천점, 경기도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4개 점포를 6천325억원에 이지스 KORIF사모부동산투자신탁13호에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했다.

테스코는 태국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이 같은 자산매각으로 7억 파운드(약 1조2천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매각한 점포는 아시아 전체 점포의 5%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로써는 자산 매각이 확대되는 것이 달가운 소식은 아니겠지만, 테스코는 점포에 묶여 있는 돈을 유동화해 높은 부채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춰나가 재무안정성을 높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CEO가 아니라 오너 수준의 역할을 했던 이 회장이 퇴임하면 테스코 본사는 한국 점포의 자산 매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달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선식품 전문 물류센터인 안성 물류센터를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0호에 약 937억원에 매각했으며, 현재 짓고 있는 공산품 물류서비스센터도 매각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이승한 회장 약 2년 전부터 퇴임 시기 고심 = 이 회장은 약 2년 전부터 테스코와 퇴임 일정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정치권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처리와 관련해 마무리를 짓고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테스코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테스코는 영국 본사 임원급의 경우 최장 1년까지 퇴임 전 시간을 주는데, 이 회장은 예외적으로 상당 기간 퇴임 시기를 조정한 셈이다.

이 회장과 함께 퇴임하기로 한 왕효석 대표는 테스코 내부적으로 이 회장에 앞서 퇴임이 결정돼 몇 달 전 전 세계 테스코 지사에 퇴임 사실이 공지됐다.

다만, 이 회장이 홈플러스 창립기념일인 5월 15일에 동반 퇴임을 하자고 설득해 퇴임 발표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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