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위원장 후보에 선임된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해결사'로 불린다. '카드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 극복의 선봉에 선 바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성사시키고, 녹색기후기금(GCF)의 인천 송도 유치를 주도하는 등 외교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후보자는 58년 서울 출생으로 휘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24회에 합격한 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심의관, 국제금융국장 등을 거쳐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을 지냈다. 금융위와는 2011년 부위원장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경제관료 중 국제금융 업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신 후보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으로서 미국을 집요하게 설득해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에 따라 외국인이 위험자산인 원화를 투매하며 1,500원선 근처까지 폭등했던 환율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사실이 알려진 2008년 10월30일 전일보다 177.00원 내리며 1,200원대로 주저앉았다.

신 후보자는 2011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는 재무차관회의 의장을 맡아 코뮈니케 작성을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GCF 유치를 위해 인천시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정부유치추진단'을 주재하면서 유치활동을 주도했다. 이사국인 벨리즈와 바베이도스도 직접 방문했다.

2002년 '카드 사태' 때는 옛 재정부 금융정책과장으로 일하며 LG카드를 정상화해 카드채 부실 문제를 해결했다.

인간적인 매력도 물씬 풍긴다. 하루 24시간을 쪼개 써도 부족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후배 챙기기와 조직 내 일하는 분위기 조성에 누구보다 앞장서면서 재정부 공무원 노동조합이 2006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닮고 싶은 상사' 선발에 4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재정부에서 4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간부는 신 후보자가 유일하다.

위기 때마다 해결사로 등장하며 시장의 시선을 한몸에 받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08년 '9월 위기설'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당시 신 후보자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겠다며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얼어붙자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해 공기업과 금융기관 해외 채권 발행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였다.

"발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귀국하지 않겠다"며 떠난 신 후보자는 그러나 발행을 연기하고서 돌아왔다. 당시 신 후보자는 "신용경색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외평채 발행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명심에 무리하게 외평채를 발행해 공기업과 금융기관 해외 채권 발행시 벤치마크 금리를 높이기보다는 발행을 포기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신 후보자 앞에는 1천조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금융위원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어떻게 이 과제들을 돌파할지 다시 한 번 신 후보자의 '해결사'로서의 면모가 주목을 받게 됐다.

신 후보자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나 가게부채 문제, 감독체계 개편처럼 시급하게 여겨지는 금융 현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당분간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시간을 요한다"고 말했다.

또 "감독체계 개편은 오랫동안 금융 분야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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