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권용욱 기자 =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가운데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간 전문가들은1천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효과적으로 제어될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우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대출인정비율(LTV) 등의 합리화 방안이 가계 부채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합리화가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의미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계소득을 늘려 부채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응 방안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등 부채의 구조개선 노력만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를 현행보다 5%포인트 인하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가계부채 문제를 적정 속도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LTV·DTI 규제 합리화 및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가계부채의 축소와 LTV·DTI 규제 합리화는 동그란 삼각형 처럼 양립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이 포함된 대책으로 지적됐다.

◇ "LTV·DTI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에 '毒'"

'합리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LTV·DTI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전면적인 폐지는 아니라도 현재 주택시장 침체를 감안해 상한선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정하는 등의 탄력적인 운용으로 주택구매 수요를 진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대책이 당장의 주택시장 활성화에는 기여하겠지만, 가계부채의 경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의중은 일단 부동산 경기 부양에 우선순위가 있는 것 같다"며 "LTV와 DTI 규제를완화하게 되면 가계부채는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부동산 관련 부채는 다소 키우면서 다른 분야의 대출을 억제하는 대응이 예상된다"며 "부동산 대출의 경우 불요불급의 사안은 아니지만, 저소득 가계를 중심으로 한 생계형 대출은 당사자들에게 급박한 문제라 정부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돌파하는 등 위험 수위로 접어들고 있어 부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기웅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가계부채의 총량, 구조, 질적 측면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이번 대책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부동산 시장 띄우기와 가계부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에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부장은 또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풀 게 아니다"라며 "미국 테이퍼링 등 다른 나라의 영향력에 금리상승 여지가 큰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계로 돌아갈 공산도 크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 등에 따른 가계부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실장은 "결국 은행들도 안전시스템을 갖고 함부로 대출을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실수요자를 유인하면서도 가계부채 속도를 조절한다는 '합리화'라는 표현은 어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가계 소득 확충에 집중해야"

정부는 LTV와 DTI의 합리화 방안 외에도 공적 기금의 주택담보부증권(MBS) 매입 독려로 금융소비자들의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변동금리 및 일시상환 중심의 가계부채를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부실장은 "가계부채의 구조개선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오는 2017년까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5%포인트 줄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부채 비율을 줄이려고 한다면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년 안에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한다기 보다는 더욱 장기적인 시각에서 가계 소득을 늘리며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소득이 기업과 가계로 넘어가는 데 있어 고용과 임금 상승 등으로 가계로 소득이 늘어가는 방향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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