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뉴욕 증시의 애플 사랑이 너무나 깊은 나머지 원래 투자 목적과 대상에 애플 주식이 해당하지 않는 뮤추얼 펀드마저 애플 주식을 사들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미국시간) 모닝스타와 이프레오 홀딩스의 분석을 인용해 수백 개의 뮤추얼 펀드들이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많은 수가 애초에 중소형 기업 주식에 투자할 목적으로 시작된 중·소형주 뮤추얼 펀드라고 보도했다.

애플 주식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인 대형주지만, 분석에 따르면 최소한 50개의 중·소형주 뮤추얼 펀드가 애플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없지만 약 40개의 배당주 펀드가 애플 주식을 보유했다.

미국에 투자하지 않는 펀드도 애플 주식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는 한 고수익 채권 펀드도 애플에 투자했다.

비록 증권법상 문제가 되지 않고 지금까지 애플 주식에 투자하면서 이들 펀드가 수익을 내긴 했지만, 투자자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증권법상 펀드매니저는 투자 목적에 맞지 않는 주식이라 해도 총 포트폴리오의 최대 20%까지 해당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모타 뮤추얼펀드의 로버트 마카렐라 대표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가총액이 100달러 이하인 기업에 투자하는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지만, 애플만은 예외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유할만한 이유가 없어질 때까지 애플 주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좋은 기업이라면 왜 굴리려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 중 ⅓이 애플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의 21%에서 상승한 것이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59억달러 규모의 블랙록 고수익채권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30만달러에 달하는 애플 주식을 보유했다.

피델리티는 유럽 펀드에 애플 주식을 포함하고 있었다.

골드만삭스의 배당주 펀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주식은 애플이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곧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애플 주식을 보유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

애플 주식에 대한 인기는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2009년 3월 기록한 저점에서 거의 7배 치솟았고 작년 한 해에만 61% 뛰었다.

13일 애플 주가는 주당 568.10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또 나스닥 종합지수에서 애플의 비중이 가장 큰 덕에 지수는 지난 2000년 말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우려의 이유는 많은 펀드 투자자가 자신들이 애플 주식에 투자했다는 점을 모른다는 데 있다.

투자 목적에 어긋나는 애플 투자가 가능했다면 펀드매니저가 다른 분야의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으리란 법은 없다.

펀드매니저의 재량권은 투자 설명서에 명시돼있고 보유 주식이 분기 보고서에 공개되지만, 이를 확인하는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일부 금융기관은 분기마다 업데이트를 하지는 못한다고 시인한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밴가드그룹의 존 보글 창립자는 "중소형주 펀드의 애플 주식 보유는 분명히 부적절하다. 그 펀드매니저가 존재 이유에 어긋나는 투자를 했다고 알려야만 한다"며 "언젠가 주주들이 실망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 투자 자문가는 "펀드 매니저가 어떻게 (애플 주식 보유를) 정당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애플이 좋은 기업이고 좋은 주식인 건 맞지만, 애플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 매니저를 고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애플 강세가 사그라졌을 때의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자들이 애플에만 몰린다면 애플의 주가가 하락했을 때 그 충격은 IT 업종을 넘어서 증시 전반에 미칠 위험이 있다.

다른 투자자문가는 "(애플 주식을 보유한) 펀드의 실적이 좋았을지는 몰라도 상황이 쉽게 뒤집힐 수 있다"며 "보유하지 말았어야 할 주식을 가지고 높은 수익을 냈다면 문제가 없지만, 실패한다면 많은 투자자가 화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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