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동사무소에 서류를 떼러 다니던 한 투자자문사의 신입사원은 입사 8년차가 되던 해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싶다며 회사를 떠났다. 9개월 뒤 회사의 오너는 자문사를 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며 그를 다시 불렀고, 그는 눈앞의 성과급을 뒤로 하고 회사에 복귀했다.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서 운용본부장(최고운용책임자, CIO)을 맡고 있는 최광욱 전무는 에셋플러스를 잠시 벗어났던 지난 2006년 한 저축은행에서 고유계정 운용으로 최상의 성과를 올렸다.

거액의 성과급을 받기 직전,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콜 업'으로 친정에 돌아왔다. 강 회장은 그 대가로 회사의 스탁옵션을 챙겨줬지만, 회사에 대한 최 전무의 강한 '로열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 전무는 16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일화에 대해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떠난 것은 아니고 펀드 운용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외부에 있던 9개월을 제외하면 신입으로 입사한 1999년부터 그는 줄곧 에셋플러스 강방천 회장과 함께 했다.

리서치본부장을 맡은 이관우 상무와 해외운용팀장인 정석훈 이사 등과 함께 현재 회사의 핵심 '3인방'으로 활약 중이다. 이들은 모두 에셋플러스 근속 연수가 10년이 넘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최 전무가 운용하는 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펀드(주식형)의 운용 성과는 꾸준히 업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매니저 기간수익률 순위(화면번호 5456)를 보면 지난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를 운용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7.99%의 평균 수익률로, 업계 3위에 랭크됐다. SC 펀드서비스 등에 따르면 이달 1일 현재 이 펀드의 최근 5년 누적 성과는 711개 비교 대상 펀드 가운데 1위다.

성과 비결에 대해 '에셋플러스 맨' 답게 그는 회사의 투자 철학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장기적 성과의 원동력은 매니저 출신의 오너가 독립경영하는 회사에서 '키 맨'들이 회사의 투자철학을 신념화해서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특히 상반기 성과는 다른 펀드 대비 모바일 네트워크 디지털 산업군의 기업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현재 재무제표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동태적인지를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전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의 원칙은 ▲불황에도 끝까지 살아남는 해당 업계 1위 기업 ▲변화하는 미래 기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동적인 기업이다.

최 전무는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리스크관리 비법"이라며 "D램 메모리산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 1등 기업은 불황을 즐기며 파이를 키운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치주펀드가 인기에 영합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으나, 실제 중소형주 펀드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은 타사와 달리 1등 기업 중심의 대형주 비중이 포트폴리오의 80%를 웃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미래환경에 적합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분산'이 필요하다"며 "동태적 가치를 주목하면 추정 오류의 리스크가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미래 환경을 고려해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소비자들이다. 강사부홀딩스와 칭다오 맥주 등 내수 소비 관련 중국의 1등 기업들을 꾸준히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정부 정책 기대 등에 배당주 인기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 최 전무는 "최근 3년간 우선주들을 꾸준히 담아왔고, 하반기 운용 실적을 더욱 개선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의 높은 이익 잉여금과 낮은 성장률, 저금리 고착화, 기업 경영(회계) 불투명성의 개선 등의 여건을 고려할 때 우선주와 보통주의 괴리가 과도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운용 펀드 수가 많아서 방치되거나,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는 구조에서는 절대 지금의 좋은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국내펀드 단 하나를 운용하며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곳을 계속해서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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