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구하는 가치투자는 기업의 밸류에이션보다 새로운 경쟁력을 우선한다. 전통적인 가치투자 하우스는 아니지만, 미래에셋만이 가진 투자 철학이 지켜진다면 새로운 가치투자도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래에셋 가치투자 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모두 200%를 웃돈다. 그 중심에 이현진 스타일운용 팀장이 있다.

이 팀장은 16일 "기업의 내재가치나 자산가치를 중시하는 과거의 가치투자와는 차이가 있는 투자를 고집한다"며 "미래에셋의 가치투자는 경쟁력 있는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메리츠종금증권을 시작으로 동양증권 기업분석팀을 거쳐 2010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둥지를 틀었다. 증권사 지점 영업부터 자동차, 중공업 섹터 애널리스트까지 겪은 그에게 펀드매니저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내가 발굴한 주식의 성과를 직접 맛보고 싶었다"며 "경쟁력 있는 기업을 발굴했는데, 내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려면 바이(buy) 사이드에서의 경험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그 때문일까. 이 팀장이 운용하는 '미래에셋솔로몬가치주증권투자신탁G 1(주식)'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83%로 가치주 투자펀드 중 최상위권이다. 지난 2005년 설정된 이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232.57%.

함께 운용하는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과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도 연초 이후 각각 23.56%와 13.24%의 성과를 기록 중이다. 두 펀드의 누적수익률 역시 200%를 상회한다.

좋은 성과의 배경에는 단연 믿을만한 종목 발굴 능력과 기다려주는 뚝심이 자리했다.

이 팀장은 "기업의 매출과 신규 아이템은 분기가 아닌 2~3년의 주기를 두고 변하는데 장기투자를 포기하면 달콤한 과실의 맛도 볼수 없는 셈"이라며 "올해보다는 내년, 내 후년을 믿을 수 있는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석 달이 멀다 하고 펀드매니저를 교체하기 일쑤인 펀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하우스의 인내심도 필요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던 지난 2012년 하반기, 미래에셋의 가치투자펀드도 대대적인 리뉴얼(renewal) 과정을 거쳤다. 이 팀장이 본격적으로 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그는 가치주를 찾으려고 해당 기업이 가진 특허와 그 분야의 진입 장벽, 산업 환경 등을 고려했다. 커넥터 전문 제조업체인 한국단자공업과 반도체 장비업체인 한미반도체 등이 그가 발굴해 낸 대표적 강소 기업이다. 투자 이후 주가상승률만 150%가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해당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팀장은 "보유 종목의 주가가 많이 상승했더라도 경쟁력과 장기투자 관점에서 매력이 있다면 2년, 3년이 지나도 가져가는 종목이 많다"며 "기업탐방을 받지 않을 정도로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종목에 투자할때가 많지만, 펀드 성과로 보답하는 기업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단기 성과보단 장기 성과로 인정받고 싶다는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투자를 물었다.

그는 "대한민국 주식투자의 95%는 시세에 투자하지만, 진짜 투자는 시간에 하는 것"이라며 "단기 성과로 시장의 관심을 받기보단 앞으로 4~5년 뒤 미래에셋의 가치투자 펀드가 시장에 새로운 장기투자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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