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프랍트레이더의 투자자문사 행보는 매력적인 동시에 당연한 선택이죠. 많은 프랍트레이더들이 제도권을 벗어나 전업투자를 선택하는 가운데 자문사는 이들 중 절대수익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사람들의 결정입니다"

증권사에서만 20년 넘게 프랍트레이더로 일했던 한 증권사 임원은 최근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프랍트레이더 출신들의 자문사 행보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최근 증권업계가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프랍트레이더들의 투자자문사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송맹근 전 이트레이드증권 부사장은 지난 5월 앱솔루트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과거 LG증권 시절부터 프랍트레이딩을 했던 그는 국내 프랍트레이더 1세대다.

투자자문사 전체 인력을 프랍트레이더 출신으로 채운 곳도 있다. 김도기 대표가 이끄는 터틀스투자자문은 대다수 운용역을 프랍트레이더 출신으로 꾸리고 새로 뽑는 직원들도 트레이딩 전문가로 육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권에서 옵션트레이더로 명성을 쌓은 김 대표는 선물과 옵션·ELW 전문가다.

그밖에 VIP투자자문과 인벡스투자자문, DS투자자문, 스카이투자자문 등 다수의 투자자문사가 증권사 프랍트레이더 출신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모 형태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인력들도 프랍트레이더 출신이 많다.

수천억을 굴리는 프랍트레이더(Proprietary trader)가 '증권사의 꽃'이 된 지는 오래다. 시장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증권사 간 수수료 경쟁이 심화하자 고유자금을 운용하는 자기자본거래는 증권사 새 수익원으로 급부상했다.

덕분에 증시 방향성을 활용한 매매부터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 알고리즘을 활용한 시스템 매매, 채권투자, 부동산 및 인프라 등 대체투자(AI) 등을 앞세운 프랍트레이더의 몸값은 날로 치솟았다. 고액 연봉과 거액의 인센티브로 자본금을 마련한 프랍트레이더들이 당당히 제도권을 벗어나게 된 셈이다.

특히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프랍트레이더에게 완전 경쟁시장 체제인 투자자문사는 매력적이다. 규모가 작아 시장의 변화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프랍트레이더들의 자문사 행이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 투자자문사 대표는 "증권사가 프랍 부서의 수익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듯 이제는 프랍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자기 위험을 지고 투자하기 쉬운 투자자문사에게 프랍은 절대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프랍 시장에서는 인센티브로 20억원만 모으면 전업으로 전향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증권가 구조조정 환경과 맞물려 프랍 좀 한다는 선수들이 부쩍 투자자문사나 전업투자 등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B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더 이상 증권사라는 제도권에 묶여 있는 매력이 사라졌다"며 "그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전문적인 투자영역을 바탕으로 작지만 소규모의 고객 돈을 관리해보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자문사로 이직했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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