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삼성증권이 삼성전자 실적을 이례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금융시장에 '주가 마사지설(說)'이 다시 등장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삼성전자 주가에 악재가 될만한 재료를 공개,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지난 22일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5조7천억원에서 4조7천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지 약 20여일 만에 1조원이나 삭감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실적을 대폭 추가 조정을 하는 것은 핸드셋이 늘어난 판촉비용으로 더욱 부진한 가운데 로직 반도체의 적자가 4천억원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이라며 "더불어 생활 가전도 2천억원 수준의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추정치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삼성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5조원에서 6조원대로 추정돼왔다. 하지만 4조원대 추정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계열 증권사에서 선제로 영업이익을 하향조정하고 나서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되며 장중 내내 52주 최저치인 118만원 근처를 맴돌았다. 우선주는 5%대의 급락세를 나타내며 연중 신저가를 경신했다.

A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그간 외국계 리포트 탓에 급등락한 적은 많았지만 국내증권사, 그것도 그룹 내 계열사인 삼성증권 리포트로 시장이 움직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4조원대로 하향 조정된 영업이익 추정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니 삼성이 주가 마사지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다시 등장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마사지설(說)은 지난 7월에도 등장했다. 어닝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을 때, 시장은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을 용인한 데 의구심을 드러냈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발표한 7조2천억원은 사업부별 이익 조정을 통해 시장 예상치인 8조원 수준까진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3분기에 5조원을 밑도는 실적이 발표되면 (삼성전자) 주가는 두 번의 실적발표를 통해 30% 넘는 조정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C 자산운용사 리서치팀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오너 일가의 지분매입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보니 예상치 못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설(說)들이 많이 등장한다"며 "삼성전자가 부진한 3분기 실적도 용인한다면, 주가 마사지설에는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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