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QE 결정하면 달러-원 상승 전망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에디 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외환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 시 원화가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내성(tolerance)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일 SC 본사에서 연합인포맥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무역 규모로 가중평균한 환율을 기준으로 원화가치가 높은 수준"이라면서 "이는 원화가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달러 강세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원화가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에디 청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지난 15일에 유로-스위스프랑 최저환율제를 폐지했다. 한국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나.

▲ SNB의 조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 1월 회의에서 양적완화(QE)를 시행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다만, ECB의 정책은 와일드카드(예측할 수 없는 요인)라 이것이 한국 원화에 미치는 영향은 ECB가 이번 주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기 전에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현재 시장에서는 ECB가 약 5천억유로(약 630조4천억원) 규모의 QE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ECB가 이런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면 유로화는 약세를 나타낼 것이고,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낼 것이다. 따라서 달러-원도 오를 것이다. 만약 ECB가 QE를 시행하지 않거나 QE 규모가 이것보다 작을 때, 유로화는 단기에 강세를 보일 것이다.

한국 원화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무역규모로 가중평균한 환율이다. 현재 무역 가중평균 환율로 본 원화가치는 높은 수준이다. 이는 원화가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달러 강세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해 원화는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약세를 나타낼 것이다.

-- 덴마크도 기준금리를 내렸다. 덴마크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스위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나.

▲ 덴마크는 스위스와는 다르다. 덴마크가 페그제를 없애지 않고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것은 덴마크중앙은행이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선제 조처를 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덴마크 크로네는 스위스프랑과 달리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에 덴마크가 (스위스와 달리) 페그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런 조처를 한 것 같다.

-- 스위스와 덴마크의 움직임을 유럽판 환율전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우선 환율전쟁은 유럽이나 주요 10개국(G10)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올해 되풀이해서 나올 주제다. 현재 달러화 수준 역시 환율전쟁과 맥을 잇는다. 즉, 다른 통화들이 약세를 나타내면서 달러 강세가 더 가속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올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도 주시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전 세계의 10%를 차지해 경상흑자가 예상되고, 미국의 기업 실적 등 재정수지도 개선되고 있다. 미국의 재정수지와 무역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면 달러화 강세요인이 될 것이다.

-- ECB의 QE 등에 맞서서 한국 당국이 취해야 할 조처는 무엇일까.

▲ 한국 당국자들이 특정 조처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당국자들이 좀 더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실제 어떤 조처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금리를 올리고, ECB는 완화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돼 통화 정책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의 영향은.

▲우선 Fed와 ECB 간 통화 정책 차이는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은 단순히 달러 강세, G10 통화 약세를 예상하는 G10과 달리 유가 하락의 영향도 봐야 한다. 유가 하락으로 수입가격이 줄고, 무역흑자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는 원화 강세 요인이다. 동시에 유가 하락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역할을 한다. 즉,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은행의 지난 1월 회의를 보면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SC 은행은 한은이 올 1분기에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원화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가 언제까지 지속할까.

▲단기에는 동조화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한국의 무역상대국으로, 무역 가중평균 환율로 봤을 때도 그 일부를 차지한다.

-- 지난번에 연합인포맥스와 만났을 때 엔저로 일본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내리면 한국 수출과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 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내릴 조짐이 보이나.

▲ 우선, 수출 가격이 내려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수출 가격은 계약 기간을 중심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달러-엔이 새로운 수준을 경신했고, 해가 바뀌었다는 것은 올해가 (일본 기업들의 수출 가격에) 중요한 해가 된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들이 국외에 있는 생산기지를 일본으로 옮기려고 고려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올해 일본기업들이 점진적으로 엔저를 수출 경쟁력 회복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 올해 한국 외환시장이 주목해야 할 요인 세 가지만 꼽아달라.

▲ ECB가 이번 주 QE를 시행하는지와 Fed의 금리 인상, 저유가를 꼽겠다.

ECB와 Fed는 앞서 말한 통화 정책 차이를 반영하기 때문이고, 저유가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우려되는 점은 현재 유가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전망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들의 예상보다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다는 이야기이고,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끼친다.

다만, 원유 선물을 보면 현물보다 가격이 높다. 넉 달 전만 해도 반대였다. 이는 시장에서 유가가 저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유가가 반등해 중앙은행들의 전망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져 우려가 줄어든다.

SC은행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올 연말 배럴당 93달러까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유가는 배럴당 48.69달러에 뉴욕 장을 마감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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