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김경림 기자 = 유가증권시장의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이 전격적인 액면 분할에 나선 데 따라 기업들의 추가 액면 분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주식시장 파급력에 관심이 쏠린다.

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는 유통 주식수 확대를 위해 1주당 액면가를 5천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 액면 분할은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백광소재와 한국특수형강이 각각 지난달 16일과 24일 액면분할을 공시했다.

액면분할이란 주식의 고액면을 일정 비율로 나눠 저액면으로 하는 것으로, 자본금이나 기업가치 등의 내용 변경 없이 주식수는 증가하고 주가는 인하된다.

예를 들어 발행주식수 1억주의 주가 10만원, 액면가 5천원 주식을 1/10으로 분할하는 경우 액면가는 500원이 되고, 발행주식수와 주가는 각각 10억주와 1만원이 된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달 말 '주가 300만원' 시대를 열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의 액면분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고가주의 액면이 분할될 경우 개인투자자 등 신규 수요의 접근성이 용이해지고, 이에 따른 유동성 증대로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삼성전자(5천원)와 삼성SDS(500원), 제일모직(100원)의 경우 액면가가 가장 낮은 제일모직의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 및 회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거래소 측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액면가 5천원으로 상장했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어려워 공모가 대비 100~200%의 최고 주가 상승률을 보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유동성과 환금성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는 만큼 액면분할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액면 분할로 아모레퍼시픽의 거래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은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주가가 너무 비싸서 거래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전 SK텔레콤의 사례와 같이 액면분할 이후 주가 상승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공시 직후 해당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후 상승폭을 줄이며 2.3%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액면분할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운용사의 매니저는 "주가가 더 싸진다고 매니저들이 매수 비중을 키우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이 수급적인 이유로 상승하는 종목이 아닌 만큼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더욱 많은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액면분할이 주가에 긍정적일 수는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황제주의 액면분할을 시작으로 여타 고가주의 액면분할이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삼성전자, 영풍, 태광산업 등이 가능 종목으로 지목됐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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