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투자업계의 롱숏 플레이어들은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 확대를 '기대 반 우려 반' 시선으로 기다리고 있다.

상한가 30%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 수익률도 커졌지만, 무조건 '먹을 게 많아진 시장'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2일 "일반적으로 개별 종목들이 하한가보다는 상한가를 치는 경우가 많아서 롱포지션에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이후 코스피 시장만 살펴보더라도 시가총액별 상하한가 도달 비율은 중소형주에도 빈번히 발생했다.

가격제한폭에 도달한 종목이 하나라도 발생한 거래일을 살펴보면 지난해 대형주의 상한가 도달 빈도는 1.63%에 불과했지만,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20.0%와 92.65%를 기록했다.

특히 소형주의 경우 상한가 도달 빈도가 지난 15년간 꾸준히 95% 안팎을 나타냈다. 중형주도 최소 20%에서 최대 93%까지의 빈도를 기록했다.

A 투자자문사 대표는 "가격제한폭 확대가 양방향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음에도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면에서 주가에 호재"라며 "그간 중소형주를 통해 수익을 많이 냈던 롱숏플레이어에게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물론 이 부분은 롱숏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롱'에 집중해 있는 국내 롱숏시장의 왜곡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며 "시장의 불균형에도 어쨌거나 가격제한폭 확대를 시행하는 초기에는 큰 수익을 냈다는 롱숏플레이어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롱숏거래 중 통계적 차익거래는 가격제한폭 확대가 금상첨화의 조건"이라며 "거래가격 범위가 확대되면서 가격 왜곡이 심해질수록 롱숏플레이어의 먹을거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 연구원은 "다만 가격제한폭 확대에 힘입어 종목이 그만큼 움직여 줄 때 가능한 이야기"라며 "거래량이 늘고 종목의 주가가 기대 범위로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과 업계의 시선이 상한가에 힘입어 거래량이 확대되는 데 맞춰져 있지만, 하한가로 폭락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실적악화를 이유로 코스피 종목들이 한 달 만에 30% 넘게 급락하는 요즘, 가격변동폭 확대는 적잖은 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전 이사는 "어떻게 보면 가격제한폭 확대를 가장 우려하는 곳도 롱숏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며 "어닝쇼크와 관련해 대형주도 버텨내기 어려운 현재, 같은 조건에서 중소형주로 알파를 내긴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가격제한폭 확대가 롱숏시장의 진검 승부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조원에 육박하는 롱숏펀드 시장과 롱숏 관련 상품을 고려하면 앞으로가 진짜 승부처"라며 "브레인과 삼성, 트러스톤 등 기존 롱숏시장의 상위권 운용사는 물론 대신 등 최근 분발하고 있는 운용사까지, 또한 시장 입소문의 주인공인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자문사 등이 상ㆍ하한가 30%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롱숏시장 자체가 양방향의 가격 변동 속에 얼마나 알파 수익을 낼 수 있으냐가 골자"라며 "단기간의 급성장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롱숏시장이 이번 계기로 한층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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