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증시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서 증권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새로운 주문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용거래 리스크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현재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신용융자와 담보융자 등을 투자자의 담보물(현금, 유가증권)을 기준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제한폭이 확대될 경우 위험관리 차원에서 융자비율을 강화해야 한다.

신용융자란 투자자가 증권사와 약정을 맺고 주식을 매수할 때 일정 수준의 증거금을 납부하면 증거금을 초과하는 매입대금을 증권사가 융자해주는 제도다.

지난 3월말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금액은 약 6조3천억원으로, 특히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금액은 지난해 12월 코스피를 상회한 뒤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대형 증권사 등 대부분 증권사들의 담보유지비율은 140%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된다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담보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융자잔고 증가세도 줄어들며,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신용 거래 수익(이자 수익) 등이 감소할 수도 있는 문제다.

증권사들은 담보비율을 높이거나 가격 변동성 기준을 추가해 종목별로 융자 비용을 조절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신용융자의 위축도 방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강화가 불가피한 만큼,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증권사 가운데서 대우증권은 다른 대형사 대비 신용융자 리스크를 가장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단 종목군별로 보증금 비율을 차등화한 뒤, 종목 및 고객의 담보 비율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소 담보 비율에 근접하거나, 담보 비율을 밑돌 경우, 또는 반대매매가 일어날 경우 고객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마련해 사전·사후 대응도 강화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급등락이 심한 종목은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구체적인 리스크관리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신용융자 잔고의 증가가 회사 수익과도 직결되는 만큼, 거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융자 잔고 감소액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현재 관련 부서 간 협의 중이라 변경 사안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보수적으로 결정될 경우 신용융자의 수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도 "신용거래 리스크 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준비 중인 상황이라 관리 방안에 대해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담보절벽'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비율이 제한되고 담보가치의 보수적 평가도 이어질 경우 결국, 융자 시장은 담보 부족을 겪을 수 있고, 이때는 일시적인 유동성 확보 경쟁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거래소의 가격제한폭 확대는 융자비율 강화나 담보증권 평가비율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신용융자나 담보융자에 있어 일종의 '담보 절벽' 현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증권사들마다 주문 시스템의 개발도 필수적이다.

시장충격비용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가 감내해야 할 손실 한도가 확대될 수 있고, 이 경우 거래비용에 대한 사전 점검과 최적화된 주문발주시스템으로의 연결 등이 구비돼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주문 착오 방지 시스템 등을 금융감독원이나 금융투자협회 규준에 맞춰 갖출 것"이라면서도 "만약 변경이 필요하다고 당국에서 판단할 경우 기존의 가이드라인이 바뀌겠지만, 현재까지 전달된 사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시스템 개편 사전 분석을 끝냈다"며 "이번 달부터 프로그램 변경과 시스템 구축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전산 개발 계획은 수립했지만, 개발 작업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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