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 증권 당국이 4개월간의 기업공개(IPO) 중단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나섰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 통제 가능성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 6일 IPO 재개 방침을 발표한 것을 놓고 대다수 투자자는 시장 안정화 대책의 긍정적 결과에 따른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주가가 지난주까지 8월 저점 대비 20% 넘게 상승한 것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 금융시장 개혁으로의 진전이 아니라 단순히 당국이 시장의 열쇠를 쥐고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챈슨 캐피털의 션 멍 대표이사는 "중국 정부는 시장의 자율성을존중하지 않고 실제로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IPO의 시기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규제 당국이 아닌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1994년 이후 이미 9차례나 IPO를 잠정중단 조치한 바 있다. 통상 투자자들이 신규 상장 주식을 사려고 기존 보유 주식을 팔아 주가가 급락할 때 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됐다. 지난번 IPO 중단 조치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WSJ는 투자자들이 당국의 예측 불가능한 개입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이 IPO를 희소자원처럼 만들어 시장을 간단히 '투기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IPO 시 투자자들이 인수할 수 있는 규모가 제한됐기 때문에 청약금으로는 보통 상장사의 자금조달 규모의 몇 배가 몰린다. 신민굉원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투자자들이 IPO를 통해 629억6천만달러의 주식을 살 때 2조위안의 자금이 묶인 바 있다.

앞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시장 기제가 IPO 시기와 가치, 규모 등을 결정하도록 연말까지 IPO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장 참가자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까지 어떤 새로운 방안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라고 WSJ는 설명했다.

다만 IPO 재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첫 날이었던 지난 10일 상하이증시는 1.58%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중원증의 장 강 전략가는 "IPO 재개는 증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충격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성장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어 중국 증시 강세가 얼마나 지속할지 주목된다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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