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참여연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시세조종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구(舊)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논란이 다시 일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의심되는 정황이 있긴 하지만 시세를 조종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는 16일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전 시세조종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합병이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3세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이뤄지면서 구(舊)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 경영진 등의 시세조종과 배임혐의 근거로 서울 고등법원 결정을 들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일성신약 등이 제기한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소송 2심에 대한 결정문에서 구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기 위해 실적부진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의혹에 부합하는 객관적 사실도 일부 존재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갖고 있어 구 삼성물산 합병가액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이익을 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금융권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고 해서 시세조종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서울 고법은 구 삼성물산이 국내 주택수주에 소극적으로 임한 점, 대형 프로젝트 수주 소식을 합병 이후에 알린 점, 삼성물산이 진행하던 공사가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넘어간 점 등을 의혹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수주산업은 특성상 수익을 어느 시점에 인식하는지 등에 대해 일정 부분 조정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뚜렷한 증거가 없는 한 삼성물산이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고법 판단대로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이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합인포맥스가 작년 초부터 합병 이사회 결의일 이전까지 구 삼성물산과 4개 대형건설사(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의 주가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가는 다른 건설사 주가에 비해 다소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 기간 삼성물산에 대한 다른 건설사들의 상관계수 평균은 0.5를 기록한 반면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의 다른 건설사들 대비 상관계수 평균은 모두 0.6 수준을 나타냈다.

상관계수는 -1에서 1까지 범위의 수로 표현되는데,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작년 초부터 합병 결의 이사회 이전까지 구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주가 추이>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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