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중국 HNA그룹의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 활동이 스페인에서 제동이 걸렸다.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HNA그룹이 29.5%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스페인의 NH호텔그룹 이사회는 최근 페드리코 곤살레스 테헤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HNA 측이 임명한 4명의 이사를 투표로 몰아냈다.

NH의 2대 주주인 오션우드 캐피털도 이 투표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HNA가 지난 4월 칼슨 레지도르 호텔 그룹 인수를 합의한 것을 '이해 상충'으로 봤기 때문이다.

LEK 컨설팅의 미첼 브레켈만스 공동대표는 앞으로도 HNA가 비슷한 경험을 반복할 가능성이 많다고 봤다.

그는 "HNA는 최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M&A 거래를 성사시켜왔는데 세계적으로도 지난 2년간 HNA만큼 많은 건을 다룬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M&A 거래를 다수 진행해온 탓에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가질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HNA는 NH 이사회의 결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한편 공개매수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레켈만스 대표는 HNA와 NH 사이 내분 배경을 외부자 입장에서 파악하긴 힘들지만 이번 사례 자체만으로도 앞으로도 HNA가 인수한 기업의 주주들과 경영권 갈등을 빚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진짜 문제는 포트폴리오 통제 범위와 관련한 것으로 HNA가 그렇게 많은 거래를 진행하면서 각 기업마다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을지 의문"이라며 "HNA는 그저 조직 내 고위 임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식 경영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이 인수 과정에서는 강한 추진력으로 작용하지만 거래 성사 이후에는 복잡하고 일상적인 감독권한 일부를 하위 조직에 위임하지 않는 한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뉴욕대의 데이비드 유 경영학과 교수도 "인수자들은 인지된 혹은 실제 분쟁에 대해 앞으로 더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경영권 통제는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중국 기업들에 규제 장벽보다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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