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대신자산운용이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최대주주인 대신증권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이 대신금융그룹을 선포하며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조한 시점에서 계열사 지원을 위한 대규모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7일 대신운용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26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대신운용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대신증권은 유증에 따른 신주 전량을 인수한다.

이로써 대신운용은 자기자본은 390억원으로 늘어나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906%를 갖추게 됐다.

그간 대신운용은 연이은 소송과 실적 부진에 적자 행보를 이어왔다. 펀드매니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09년 회계연도에는 39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손충당금과 증시 변동성은 이후 실적의 발목도 잡았다. 2011년 회계연도에는 1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0년에 잠시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당기순이익은 7천400만원으로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신운용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평균인 NCR 500%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160억원이면 충분했지만 지난해 순손실을 고려해 260억원의 유증을 결정했다"며 "이번 유증은 대손충당금의 성격보다는 재무건전성 확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유증 결정이 대신증권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0억원은 대신증권이 지난해 4분기(2012년 1~3월) 기록한 영업이익(118억원)의 220%, 당기순이익(366억원)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기자본 기준으로는 1.50%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계열 운용사가 연이은 소송과 실적부진이라는 악순환에 적자를 면치 못하자 금융그룹 차원에서 긴급 수혈에 들어간 셈"이라며 "아직 진행중인 소송들도 있어 향후 결과에 따라 변제 의무가 발생할 경우 추가적인 수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지난 2009년 같은 이유로 대신운용에 280억원을 투입했다. 자본금 160억원 규모의 계열사에 3년동안 540억원의 추가 투자금이 들어간 셈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신금융그룹을 선포하며 저축은행과 운용사를 포함한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사전 정비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며 "유증 금액은 향후 진행될 소송 결과에 따라 변재할 금액을 최대치로 잡아 결정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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