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대규모 외채발행이 국내 건설사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재정 여력을 확보한 사우디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사 대금 지급 주기를 앞당기고, 예정 프로젝트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까닭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지난 19일 사상 최초로 175억달러(약 19조7천억원) 규모 달러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외채발행으로 사우디 정부 재정상황이 호전되면서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진행하는 사업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진단됐다.

재정이 악화된 사우디 정부가 예정된 공공사업을 축소하거나 기존 진행 중인 사업의 계약금액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가 이번 외채발행을 통해 완화됐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월 사우디 정부는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690억달러(약 78조원)규모의 계약과 사업들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가 진행 중인 사업도 공공사업을 옥죄는 사우디 정부 정책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작년 시공능력 기준 10대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총 계약금액은 17조4천491억원(146억2천656만달러)에 달했다.

실제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일부 사업장에서는 대금 지급이 늦춰지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PM(프로젝트관리) 전문기업인 파슨스의 조지 볼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4월 '더 내셔널(The national)'과 인터뷰에서 사우디 정부 프로젝트의 대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며 최근 늘어진 대금 지급 사이클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슨스는 리야드 메트로 1·2호선 PM을 맡는 등 사우디에서 총 11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외채발행을 통해 예정된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건설사가 혜택을 볼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현재 국내 건설업계는 사우디에서 라스타누라 클린 퓨얼 프로젝트, 다흐야 알푸르산 신도시 수주 프로젝트 수주 등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 아람코(국영 석유회사)가 올해 7월 진행한 클린 퓨얼 프로젝트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이 참여했다. 현재 아람코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당초 지난 2013년 11월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발주처 재정악화 등에 따른 영향으로 중단됐다가 최근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은 다흐야 알푸르산 신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재원을 조달하는 이 사업은 지난 3월 MOU를 체결했고, 이르면 연내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우디 현장에서 대금 지급이 원활치 않다는 것은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외채 발행을 통해 사우디 정부의 재정 상황이 좋아진 만큼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의 재정상황이 개선되고,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 수주 여건이) 올해 바닥을 다지고 내년쯤에는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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