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이 자본유출 통로로 인식돼 온 투자성 홍콩 보험상품 구매를 단속하기로 했지만, 자본유출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해외 보험상품 구매 단속이 불안 심리를 강화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유출 경로가 차단되면 오히려 규제를 덜 받는 불법적인 다른 수단이 강구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 보험 당국이 본토 내 홍콩 보험상품 불법 판매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중국 최대 카드사인 유니언페이는 중국에서 발행된 유니언페이 카드를 이용해 홍콩에서 투자와 관련된 보험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즉각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위안화의 지속적인 절하로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 중 하나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유니언페이 카드를 이용한 해외 보험상품 구매 한도를 5천 달러로 제한해왔다.

아시아파이낸셜홀딩스의 버나드 찬 사장은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보험상품 판매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분명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본토인 상당수가 홍콩 보험상품을 위안화 절하 헤지와 자본유출을 위한 투자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찬 사장은 설명했다.

중국인 방문객이 올해 상반기 홍콩에서 구매한 보험상품 규모는 301억 홍콩달러(약 4조4천470억 원)로 작년 상반기보다 116% 급증하며 작년 한 해 구매액 316억 달러에 육박했다.

유니언페이를 통한 보험상품 구매액은 1인당 5만 달러(5천730만 원)인 해외 송금 한도에 포함되지 않아 해외 자금유출의 경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 바 있다.

카드를 통한 보험상품 구매는 홍콩에 있는 보험사를 통해 유니언페이 카드로 외화 표시 보험상품을 긁으면 보험사가 본토 은행 계좌에 든 같은 금액의 위안화 자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험상품은 5만 달러짜리부터 100만 달러짜리까지 다양하다.

보험구매자는 홍콩에서 사들인 보험으로 특정 은행에서 즉각 보험 액면가의 80%까지 대출을 낼 수 있다. 또 일정 시간 내 보험 가입을 취소할 경우 현금으로 환불도 가능하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정부의 보험 가입 단속이 자본유출 속도를 늦출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번 조치에도 외환 유출액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책 의도가 대중에게 잘못 전달돼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다른 통로를 통해 자본유출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판매원은 "규제에도 본토에서 나가려는 자금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패닉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알다시피 자본통제를 우회하는 대안이 상당히 많으며, 사람들은 창의적"이라고 귀띔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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