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한 배경으로 주택정책을 지목해 눈길을 끈다. 주택경기를 띄우는 정부 정책 영향으로 분양시장에 자금이 몰렸고, 전세난 등 주거비용 상승이 지속하면서 가계대출이 늘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보고서에 수록된 가계대출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분양가 자율화 등 주택경기 진작 대책 등에 힘입어 신규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수요가 늘어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였다"며 "이에 따라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 취급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또 "분양 호조가 이어지면서 실수요뿐만 아니라 일부 투자 목적 수요자도 분양시장에 유입돼 가계대출 증가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정부가 지난 2014년 12월 ▲민간택지 내 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2015년 4월 시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2017년까지 유예 ▲재건축 조합원 분양 가능 주택 수 완화 등 주택경기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통과시켰음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정책 등에 영향을 받아 아파트 분양경기가 살아나면서 올해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8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68조6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 증가 폭으로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평균 증가 폭(30조3천억 원)을 크게 웃돈다.

종류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 규모가 46조6천억원으로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 중에서는 개별주택담보대출이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에 비해 증가폭이 14조원 줄어든 반면 집단대출은 같은 기간 13조원 넘게 확대됐다.

분양시장 호황뿐만 아니라 전세난도 가계대출을 크게 늘린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최근 전세난 지속 등에 따른 주거비용 상승이 주택임차 및 생계자금 용도의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임대인의 월세 선호 등에 따른 전세시장 수급불균형으로 전셋값이 상승해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월세 등 주거비와 기타 생활비 조달을 위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수요가 몰린 점도 가계 대출 증가세를 이끈 요인으로 언급됐다.

한은은 "집단대출은 한번 취급하면 분양계약 이후 입주까지 상당 기간(평균 약 26개월) 순차적으로 실행된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양 호조를 고려하면 당분간 집단대출이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감, 출처:한국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담보대출 종류별 증감, 출처:한국은행, 금융위원회>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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