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개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값 하락을 경고한 캐나다보다 국내 주택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분양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국내 주택시장에 하방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게 진단의 배경이다. 고령층이 보유 중인 주택 매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주택시장에 또 한 번의 공급충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됐다.

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일 한국주택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캐나다 등의 주택 가격하락 위험이 크다고 언급되는데 한국은 더 안 좋다"며 "기저수요를 형성하는 인구증가율이 다른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한국의 인구증가율은 연간 0.4% 수준을 나타냈다. 호주(1.8%), 노르웨이(1.2%), 캐나다(1.1%)의 절반을 밑도는 결과다.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층으로 여겨지는 연령대(35~54세) 가구도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5~54세 가구는 지난 2013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오는 2019년 기간에는 감소 폭이 연평균 8만1천호로 최대폭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주택시장이 최근 분양물량 급증으로 공급과잉 상태에 들어선 점도 향후 집값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 2013년 이후 국내 주택공급은 연간 55만1천여호로 과거(2005~2015년) 기간 평균인 39만여호를 40% 넘게 웃돌았다.

이러한 가운데 노령층이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 처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시장에 추가로 36만호가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지난 2014년 기준 60대 이상 노령층이 보유한 주택 435만호에 부채가구 비중(47%)과 한계가구 비율(17.5%)을 곱해 산출한 수치다.

손 연구위원은 "다른 국가보다 국내 주택시장의 기저수요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공급은 더 많다"며 "향후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실장은 "최근 가계부채 급증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라며 "인구구조 등 변화에도 과거와 같은 정책이 유지된다면 시장에 일정 부분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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