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국내 증시에서 '오너 리스크'에 따른 주가 급락은 결코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데 따른 증시 파장과 관련, 과거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한 달 내로 관련 종목 주가가 원상 복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2.14% 내림세를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과 삼성SDI[006400]도 각각 3.43%, 3.40% 떨어졌다. 이날 하루에만 삼성 그룹주의 시가총액은 6조2천억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국내 주식시장에서 오너리스크가 부각된 경우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SK, 한화, 롯데, 한진 등을 들 수 있다.

삼성의 경우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가 발각되며 주가도 뭇매를 맞았다. 사건 발생 당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3.3% 하락했으나 이내 낙폭을 회복해 5월 중순에는 당초보다 주가가 10만원가량 오른 7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5월 10일에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오너리스크'가 재차 불거졌다. 그러나 당일 이후 한 달간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5.5% 넘게 올랐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2013년 1월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이후 한 달간 SK[034730] 주가는 1%가량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 2015년 말에 또다시 SK그룹에 잡음이 일었다.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편지를 공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재산 분할과 관련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소식에 SK텔레콤[017670] 주가는 일주일간 9%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낙폭을 축소해 두 달 만에 다시 23만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형제의 난'에서 시작된 경영권 승계 문제와 오너 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로 위기를 맞았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6월 이후 롯데쇼핑[023530]과 롯데하이마트[071840] 등의 주가는 한 달 사이 15% 이상 빠졌다. 그러나 9월 말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주가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일주일간 대한항공[003490]과 한진칼[180640]의 시가총액은 2천360억원 증발했다. 이듬해 초 유가 하락에 따른 항공주 수혜 기대감에 주가도 상승 반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오너리스크에 의한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였다"며 "오너리스크가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 측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도 오너 구속 전까지 주가가 내려가다가 불확실성 해소 이후 주가가 반등한 사례가 존재한다"며 "투자자들은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는 것이 오히려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까지 삼성전자 주가를 이끈 것은 '실적'이기 때문에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만 인수 난항 등 신성장 모멘텀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170만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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