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매출 200조원 글로벌 기업의 투자 시계가 흐려지고 있다. 지난 10월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책임경영'이 시작도 되기 전에 이 부회장의 리더십 부재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에도 사업부문별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그룹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당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장기적인 투자나 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은 동력이 떨어지는 등 보수적인 경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작년 9월 이재현 회장이 특별사면된 CJ그룹의 경우만 해도 이 회장의 구속으로 연간 투자액이 점차 줄면서 2조원을 채우지 못했다. 굵직한 인수합병에 뛰어들었으나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면서 공격적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투자규모 등은 이미 정해졌겠지만 향후 대규모 투자나 신규 M&A 등과 관련해서는 총수 부재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자동차와 반도체가 결합하고, IoT 쪽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지속적인 M&A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가전쇼인 올해 CES에서도 가전과 자동차의 연결성과 인공지능 등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삼성전자는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인 조이언트, 캐나다 디지털광고 스타트업인 애드기어, 북미 럭셔리 가전 브랜드인 데이코, 시리 개발자가 참여한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인 비브랩스 등을 인수했다.

아울러 중국 전기차 부품업체인 비야디의 지분을 2%가량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에 나섰고, 글로벌 전장(電裝) 기업인 하만을 약 9조3천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특히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것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단번에 전장업계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큰 커넥티트 카 시장까지 잡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커넥티드 카 관련 부품의 매출은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거의 4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PwC는 분석했다. IT기업의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리더십 부재 때 '제2의 하만'은 나오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3D 낸드플래시를 둘러싸고 대규모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사상 최대 규모인 27조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반도체에만 13조2천억가량을 배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부문에 공격적이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최고의 자리를 지킨 것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공백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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