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최근 주택시장에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가운데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선분양제가 구조적 문제로 수급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판단에서인데, 주택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7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발주한 연구용역에 후분양제 도입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당 정동영, 윤영일 의원이 지난해 12월 각각 후분양제 도입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선분양제나 후분양제를 규정하고 강제하는 법은 없다. 국토부령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착공과 동시에 선분양제가 허용된다.

◇ 선분양제 "투기거래 주범…가격 상승 부추겨"

전문가들은 선분양제도가 구조적으로 주택 매매가격을 상승시키는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선분양제도에서는 계약 후 잔금을 치를 때까지 전매가 가능한 데, 이 기간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치솟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택 과잉공급도 선분양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선분양제도 아래에서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미리 제공하는 계약금, 중도금 등으로 공사가 진행돼 건설사들이 공급조절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변하면서 선분양제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분양제는 고도 성장기 때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정책인데,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어서면서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선분양제도가 가격 상승, 불법전매, 소유집중, 투기적 매입, 청약 가열 등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며 "건설공정이 80% 이상 상태에서 분양하는 후분양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실장은 "선분양은 과거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건설사에 엄청난 자금조달 혜택을 주는 제도"라며 "과열을 막고 정상적인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후분양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후분양제 "분양가 상승 우려…시기상조"

분양가 상승 등을 우려해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건설사들이 소비자로부터 조달하던 자금을 다른 곳에서 끌어와야 하는데, 금융비용을 수반해 분양가가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시장이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후분양제하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중견업체는 높은 금리를 부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시장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건설사가 공급을 줄이면서 소비자가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분을 짊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분양 도입 시 주택업계가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면서 산업기반이 흔들리고, 독과점 영향으로 분양가가 오르고, 소비자의 주택상품 선택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며 "섣불리 준비도 없이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은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모두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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