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110조원 가량의 자금을 굴리는 우정사업본부가 국내 증시에 본격 투자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오는 4월부터 차익거래 거래세가 면제되는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주식 차익거래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내고, 차익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17일 우정사업본부는 차익거래형 10개 위탁운용사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2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한 뒤 3월31일에 10개 기관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들 10개 위탁운용사는 우체국예금, 보험이 공동으로 운용하는 풀을 4월부터 운용하게 된다.

작년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올해 4월부터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에 대해서는 2018년 말까지 증권거래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차익거래전용펀드로 거래할 경우 거래세(0.3%)가 면제된다.

차익거래란 주식의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그 차익을 얻기 위한 거래를 말하는데, 무위험 수익으로 불린다. 거래세 면제 대상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선물, 개별 주식 선물 등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차익거래 거래세가 부과되기 이전이던 2012년까지만 해도 이 시장의 큰손으로 활약했다.

차익거래시장은 2011년 57조5천억원 규모를 자랑했지만 일반 기관투자자에 이어 우정사업본부마저 2013년 거래세가 부과되기 시작하자 10조3천억원으로 위축됐다. 2015년 차익거래 시장 규모는 5조3천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코스피200 선물·옵션 거래량이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거래세가 부과되기 전 우정사업본부는 전체 시장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상 차익거래는 거래대금의 0.1% 이익을 보는 일종의 '0.1% 떼기' 장사인데, 차익거래에서 거래대금의 0.3%를 과세하면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여서 국내 기관들에 이어 우정사업본부마저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우정사업본부가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차익거래 시장은 외국인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정부의 거래세 면제 의도대로 우정사업본부는 증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우정사업본부는 차익거래펀드에 5천억원을 신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차익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에 동시에 영향력을 키우면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기일 전후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 현상도 잦아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금 110조원을 운영하는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증시에서는 숨은 '큰 손'이라는 이미지로 통했다.

약 550조원의 국민연금 다음으로 큰 운용 규모를 자랑하지만, 우체국금융이 국영, 서민 금융기관으로, 과도한 수익보다는 예금과 보험부채에 부합하는 안정적 운용을 중시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채권 비중이 유독 크다. 특히 거래세 부과 이후 차익거래 시장마저 사라지면서 존재감이 더 줄어들었다.

5천억원 가량의 차익거래 펀드 위탁 운용을 잡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게 됐다.

지원자격은 올해 1월 말 현재 60%이상 주식으로 운용되는 펀드 설정액이 500억원 이상인 기관이다. 운용성과와 경영안정성, 운용규모와 인력 등으로 정량평가 50% 운용철학, 전문성, 위험관리 등의 정성평가 50% 비중으로 평점 합계가 높은 순으로 예비운용사를 선정한 뒤 현장실사를 통해 최종 위탁운용사로 선정된다.

우정사업본부는 2012년 차익거래전용펀드 위탁 운용사로 우리자산운용(현재 키움자산운용에 합병), 동부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4군데를 선정했다. 당시에는 각 운용사에 500억원씩을 위탁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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