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구조조정에 돌입한 증권가가 지점 통폐합에 나선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 지점 인수설이 고개를 들고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폐쇄하는 지방 지점을 해당 지역에 연고가 없는 타 증권사가 사들여 리테일 영업망 확장을 논의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점폐쇄가 결정된 A증권사의 제주지점에 대형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점의 경우 해당 지방자체단체장까지 나서 지역경제와 고용안정을 내세워 폐점 철회 요청을 전달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론화되기는 이르지만 최근 축소되는 지점에 대한 인수 여부가 임원 회의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며 "직원을 포함한 지점 전체에 대한 인수인지, 건물 등 인프라에 한정된 인수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해당 증권사 역시 지점 인수와 관련해 현재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임대 건물이다보니 새로운 임대인이 건물주와 직접 협의하는 모양"이라며 "공식적으로 해당 지점에 타 증권사가 들어오는 것은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은 A증권사 이외에도 통폐합을 결정한 중소형 증권사의 지방 지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리테일 영업망이 갖춰진 대형사의 경우 타 증권사의 지점 인수가 적은 비용으로 지점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MF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지난 1998년에도 증권사간 지점 인수는 활발히 일어났다.

지금은 사라진 동서증권과 고려증권은 부도로 증권업 허가가 취소된 이후 일부 지점을 삼성증권과 현대증권 등에 매각했다.

지난해 6월에는 우리투자증권이 한국메릴린치증권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문을 인수해 '프리미어 블루 강북센터'로 새롭게 개점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몇 중소형사의 지점 통폐합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인수설이 자연스럽게 퍼졌다"며 "전국 영업지점이 60~70개 정도 되는 증권사라면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한다는 개념으로 타 증권사의 폐쇄지점 인수를 검토하는 게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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